1997년 5월 18일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에릭 칸토나가 갑작스런 은퇴를 발표, 전 세계 축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프랑스 출신인 칸토나는 ‘르 킹’으로 불릴 만큼 카리스마를 내뿜고 있었고, 그의 은퇴로 더 이상 그 왕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은 팬들을 공황상태로 만들었다.
그 왕이 지금 돌아오려 한다. 이번엔 선수가 아니라 코치다. 칸토나는 오래 전부터 맨유로부터 코치로 복귀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상태이며, 최근 퍼거슨의 오른팔인 카를로스 케이로스의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 부임설과 때맞춰 맨유 코치직을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고 한다.
만일 칸토나가 맨유에 돌아온다면 퍼거슨과 맨유에는 천군만마와 같은 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칸토나는 맨유에 있은 4년 반 동안 네 번의 EPL우승, 두 번의 FA컵 우승 (두 번의 더블)을 일궈냈다. 특히 “나는 프랑스를 응원하지 않는다. 나는 프랑스인이다. 그러나 나는 프랑스에는 관심이 없다”라는 그의 말은 잉글리시 팬들에게는 감동 그 자체로 남아있다.
1966년은 잉글리시 축구에 위대한 해다. 왜냐하면 칸토나가 태어난 해이기 때문이다. 1995년은 잉글리시 축구에 위대한 해다. 왜냐하면 칸토나가 출전정지를 당한 해이기 때문이다. 이 슬로건들은 프랑스(72골)와 잉글랜드(89골)에서 통산 161골을 기록한 칸토나에 대한 잉글리시 팬들의 존경과 부러움을 보여주는 한 가지 사례에 불과하다.
때로는 그의 다혈질적인 성격으로 그라운드의 문제아로 불리기도 했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열정과 개성은 오히려 팬들이 칸토나를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퍼거슨도 스코티시 클럽인 레인저스와의 단순한 친선경기에서 조차 퇴장을 당한 칸토나를 가리켜 “그가 불의를 당한다면 그는 전 세계에 그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입증해야만 한다. 그는 자신의 분노를 통제할 수 없다. 나는 그것도 경기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라고 말하며 칸토나를 이해하려는 입장을 보였다. 칸토나는 “현재 맨유 선수들은 마치 양떼와 같다” 라고 비판하며 만일 자신이 복귀한다면 자신은 다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팀을 창조할 것이라고 자신의 축구철학을 밝혔다.
은퇴 후 지금까지 영화 출연과 연출을 해온 칸토나는 “나는 항상 나의 스타일로 팀을 만드는 것을 도와주고 싶어했다. 그리고 퍼거슨이 나의 든든한 후원자가 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고 자신의 복귀가 임박했음을 알렸다.
요크(영국)= 전홍석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