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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 시대’ 변방의 그들, 도루왕이 그립다

입력 | 2008-07-08 08:52:00


역사를 빛낸 ‘쌕쌕이 원투펀치’

어느 팀을 소개할 때 많이 쓰는 표현 중의 하나가 “메이저리그 최강의 슬러거 원투펀치이다”, 혹은 “이 마운드의 쌍두마차는 타 팀을 능가하고도 남는다” 등이다. 이 표현들은 주로 2명의 에이스나 막강한 중심타자의 구성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2004년 우승팀 보스턴 레드삭스의 데이비드 오르티스와 매니 라미레스, 과거 오클랜드 에이스의 호세 칸세코와 마크 맥과이어는 최강의 3·4번 타자로 상대팀의 마운드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투수 듀엣 역시 마찬가지다. 밀워키 브레이브스 시절의 워렌 스판과 조니 세인, 2001년 애리조나 우승의 주역 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의 위력은 상대 타자들을 경기 전날 불면증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한 명도 아닌 두 명의 날쌘돌이가 내야를 휘젓고 다닌다면 이 역시 상대에게 심한 두통거리를 제공하고도 남을 것이다. ‘원투펀치’ 부문에서 늘 소외되던 ‘쌕쌕이 원투펀치’를 알아보자. 참고로 월등한 한 선수에게만 의존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두 선수 모두 시즌 최소 30도루 이상 기록한 것을 기준으로 삼았다.

○1800년대=사실 도루의 전성기는 1800년대 후반으로 메이저리그 초창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참고로 한 팀에서 두 선수가 콤비로 최다도루 기록을 세운 것은 1887년 세인트루이스 브라운스의 알라이 래텀과 훗날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구단주로 유명한 찰리 코미스키의 기록이다. 래텀은 129개의 도루를 기록했고 코미스키는 117개의 도루를 성공시켜 합작으로 무려 246개의 도루를 얻어냈다. 그 해 브라운스의 팀 도루는 581개로 현대야구의 기준으로는 도저히 근접할 수 없는 기록을 세웠다.

○1900년대=그럼 1900년 이후를 기준으로 하면 최고의 도루 콤비는 누구일까? 메이저리그를 조금 오래 본 팬들은 짐작할지 모르지만 1985년 브라운스의 후손인 카디널스의 빈스 콜맨과 윌리 맥기로 볼 수 있다. 이들은 166개의 도루를 합작해 현대야구의 최다 콤비 도루 기록을 세웠다.

당시 데뷔와 동시에 콜맨은 110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신인왕에 올랐고, 그해부터 3년 연속 100개 이상의 도루를 달성한 도루의 제왕이었다. 56도루를 기록한 맥기는 그해 0.353의 고타율로 내셔널리그 MVP까지 오르며 팀을 리그 챔피언으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콜맨이 ‘3년 연속 100+ 도루’를 기록하는 동안 맥기 이외에도 ‘오즈의 마법사’ 오지 스미스까지 가세해 80년대 최고의 도루 팀으로 기억된다.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몬트리올 엑스포스의 91시즌은 우울했다. 71승 90패로 동부지구(당시는 중부지구가 존재하지 않았다) 최하위에 그쳤지만 이들에게 한 가지 위안거리는 마퀴스 그리솜과 딜라이노 드실즈라는 2명 대도들의 존재였다. 그리솜은 76개, 드실즈는 56개의 도루를 얻어냈고 향후 2년간 팀을 지구 2위로 끌어올리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해냈다.

실질적으로 9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메이저리그에는 본격적인 슬러거의 시대의 열리기 시작하고, 때맞춰 오클랜드가 머니볼 야구를 표방하며 도루의 가치는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한다. 메이저리그에서 한 팀의 두 선수가 110개 이상의 도루를 해낸 마지막 해는 1996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케니 로프턴과 오마르 비스켈이다.

96시즌은 로프턴이 75개의 도루로 리그 도루왕 5연패를 이루었던 해로 본인에게 마지막 도루왕이기도 했다. 또한 드물게도 짐 토미, 앨버트 벨, 매니 라미레스와 같은 거포와 어우러지며 당시 최고의 공격력을 갖춘 팀으로 군림했고 중부 지구에서 2위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무려 14.5게임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었다.

○2000년대=물론 2000년대 초반 플로리다에서 함께 뛰었던 루이스 카스티요와 후안 피에르의 콤비 등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예전과 같은 기록을 보이는 콤비는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콜맨의 87년 109개의 도루를 마지막으로 세 자릿수의 도루를 기록한 선수 또한 마치 공룡의 화석처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모든 팀이 선이 굵은 슬러거를 포진시켜 포물선을 그리며 펜스를 높게 넘어가는 타구를 선호하는 추세다. 그러나 홈런의 호쾌함도 좋지만 그라운드를 빠른 발로 휘저으며 내야의 기민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고 타자와 투수와의 대결에 더 강한 긴장감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이 시대의 도루쟁이들이 그리워지고 있다.

송재우 메이저리그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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