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투수는 투수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은 홈런타자로 변신했지만 세인트루이스의 릭 앤키엘 같은 선수는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못하는 ‘스티브 블래스 신드롬’에 걸리며 타자로 복귀하기까지 각고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야구에서는 이같이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능력을 ‘컨트롤’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컨트롤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능력이 커맨드(Command)이다. 커맨드는 볼이건 스트라이크건 자신이 던지고자 하는 곳에 던질 수 있는 ‘고급 컨트롤’을 의미한다.
메이저리그에는 다양한 유형의 투수가 있다. 디트로이트의 저스틴 벌랜더처럼 160km의 광속구를 뿌리며 타자들의 안구 움직임을 바쁘게 만드는 투수가 있는가 하면, 필라델피아의 제이미 모이어처럼 130km 초반의 구속과 구속변화로 타자의 눈과 배트를 잡은 손이 따로 놀게 만드는 선수들도 있다. 또한 토론토의 숀 마컴이나 제시 리치처럼 직구의 구속은 물론 구사하는 변화구까지 어느 하나도 두드러진 주무기가 없음에도 승리를 따내는 투수들도 있다.
어떤 유형의 투수건 메이저리그에서 선발투수로 자리를 꾸준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커맨드가 일정 수준에 안정적으로 올라있어야 가능하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백차승이나 국내에 복귀했지만 김선우의 경우 어느 누구도 컨트롤이 나쁘거나 구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보여준 성적은 아쉬움을 던져주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뿐 아니라 훌륭한 구위를 가지고 삼진/볼넷 비율도 좋은 투수들이 고개를 숙이고 마운드를 내려가는 경우를 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투수들의 대부분이 커맨드에 문제를 안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야구를 보면 해설자들이 “타자들이 현재 상황에서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혹은 좁게 봐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타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투수의 경우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스트라이크존을 최대한 넓게, 주심의 주관적인 존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하고 활용하는 투수가 성공에 한걸음 가까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성기의 그렉 매덕스나 톰 글래빈이 경기 초반 공을 갈수록 외곽으로 멀리 던져가며 이날 주심의 스트라이크 존을 가늠하고 이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좁은 원룸 구석구석을 찌르는 투구가 아닌 넓은 강당의 구석 모두를 활용하는 투수가 많이 배출돼 현대야구에서 갈수록 보기 힘든 멋진 투구의 예술을 보고픈 마음은 비단 몇 사람의 바람만은 아닐 테니까.
송 재 우 메이저리그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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