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이 난 주식, 펀드를 팔아 현금 비중을 늘려라'
국내 금융회사 20곳의 대표 프라이빗뱅커(PB)들이 꼽은 경기 침체기의 재테크 제 1전략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최근처럼 경기 침체와 주가 하락이 동시에 온 상황에서 일반인들이 어떻게 재테크를 해야 할지 은행 10곳, 증권회사 10곳 총 20명의 PB들에게 긴급 설문을 실시했다.
●현금 비중을 늘려라
PB들은 대체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체 자산 중 현금자산의 비중을 늘리라고 조언했다. 목표 수익률에 도달한 펀드, 주식을 팔아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머니마켓펀드(MMF) 등으로 옮겨 현금 유동성을 높이고 경기 회복기에 대비하라는 것.
국민은행 금융상담센터 공성율 재테크팀장은 "원자재, 곡물, 에너지 등 실물자산 가격이 이미 충분히 오를 만큼 올랐고, 부동산도 최근 들어 가격하락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며 "기존에 이익이 충분히 발생한 투자자산을 적절히 현금화한 상태에서 경기회복기를 대비한 새로운 투자전략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하나대투증권 WM본부 서재석 부장은 "주식시장이 반등할 때 펀드나 주식을 일부 환매해 유동성 자산을 확보하고, 유가하락이 본격화될 때까지는 주식, 펀드, 부동산 투자는 피하라"고 조언했다.
단 현금 비중을 늘리기 위해 보유 펀드와 주식을 무조건 환매하거나 투매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PB들은 투자한지 1년 미만인 펀드 가운데 수익이 저조한 것은 2~3년간 중장기적으로 보유할 생각을 갖고 느긋하게 접근하라고 권했다.
●안정성 높은 상품에 투자해라
PB들에 따르면 올해 들어 고객들의 투자 성향은 보수화됐고, 기대 수익률은 낮아졌다.
지난해 무조건 '수익률'을 최고로 치던 고객들이 주가 변동기에 안정성이 높은 상품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상황에서 부동산과 주식형 펀드에 대한 관심은 적어진 대신 주가연계증권(ELS), 주가연계펀드(ELF), 주가지수연동예금(ELD)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우리은행 강남교보타워 김인응 부지점장은 "부동산 투자를 고려했던 투자자들도 계획을 백지화하는 등 장기 침체에 대비해나가는 모습이 뚜렷하다"며 "모든 투자에 보수적인 성향을 띈 채 원금보장에 대한 안정성이 보장되는 상품을 찾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고금리 특판 예금, 국공채 채권, 금을 비롯한 실물 자산을 추천한 의견도 일부 있었다.
부동산 투자는 당분간 피하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지만 일부 PB들은 임대수익을 보장하는 오피스텔, 중소형 상가와 같은 수익형 부동산은 투자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투자는 지속하되 위험 관리해라
'위기는 기회'인 점을 살려 최근 가격이 과도하게 하락한 우량주를 저가(低價) 매입하라는 의견도 많았다. 최근의 하락장을 '새로운 투자에 나설 기회'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주식 직접 투자를 계속 해야 하나? 중단해야 하나?'라는 질문엔 "해야 한다"는 의견과 "중단해야 한다"는 답변이 각각 10명씩이었다. 그러나 "중단해야 한다"는 답변을 한 PB들도 "직접 투자를 중단하는 대신 간접 투자 비중을 늘려 투자를 지속하라"고 권유했다.
삼성증권 FH호텔신라 유정화 마스터PB는 "우량주 투자야말로 장기적 관점에서 인플레이션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경쟁사들을 압도하고,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업종 1등주로 압축해 매입하라"고 조언했다.
단 섣불리 매입하기보다는 당분간은 관망하며 유가 하락세가 본격화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라는 의견이 많았다. 적립식 펀드의 경우엔 3년 이상의 장기 투자가 기본인 만큼 투자 비중을 대폭 줄이기보다는 전체 투자 비중을 유지하되 지역별로 투자 비중이 몰려 있었다면 조정할 것을 권했다.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