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정부가 발표한 '1단계 고유가 위기관리계획'이 보도되자 '공공부문 승용차 홀짝제'를 둘러싼 독자들의 문의가 이어졌습니다.
"자동차 번호 끝자리가 홀수인 차량이 홀수 날 운행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2002년 월드컵 때와 방식이 다른데 보도 내용이 잘못된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 시행되는 제도는 본보가 보도한 대로 끝자리가 홀수인 차량은 홀수 날, 짝수인 차량은 짝수 날만 운행하는 '포지티브(positive) 방식'의 홀짝제입니다. 2002년 월드컵,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국제 행사가 있을 때 부분적으로 시행했던 홀짝제가 '네거티브(negative) 방식'이어서 혼란스러워한 독자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일부 언론도 오보를 냈죠.
부처 간 조율이 안 된 채 발표해 혼란은 더 컸습니다. 지식경제부 담당자는 언론에 네거티브 방식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가 저녁 늦게 번복했습니다. 7일부터 홀짝제를 시작한 국세청에서도 직원들이 헷갈린 나머지 홀짝번호 차량을 모두 가져오는 진풍경이 벌어졌다고 하네요.
행정안전부는 네거티브 방식을 포지티브 방식으로 바꾼 것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합니다. '하지 말라'고 하면 반발심을 생길 수 있지만 '할 수 있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겠냐는 것이지요.
'홀수 날 홀수 운행'이 '홀수 날 홀수 운행 제한'이나 '홀수 날 짝수 운행'보다 이해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서울이 이달 초부터 이미 같은 방식의 홀짝제를 운영하고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행안부 담당자는 "올림픽 기간 베이징에도 포지티브 방식의 홀짝제가 도입된다"고 강조(?)하더군요.
'포지티브'든 '네거티브'든 잘 지키면 에너지 절약에는 도움이 되겠죠. 하지만 부처 간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채 정책을 발표해 혼란을 일으킨 것은 정부의 책임입니다.
발표 직후 공공기관에 차를 타고 방문하는 민원인이 홀짝제 대상인지를 물었을 때도 지경부는 "포함된다", 행안부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엇갈린 답변을 내놨습니다. 결국 민원인은 홀짝제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요.
고유가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고 서민들은 더 힘들어질 것입니다. 앞으로 정부가 내놓는 정책이 국민에게 혼란보다는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장원재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