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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유산을 문화공간으로]포천 ‘채석장 아트밸리’ …

입력 | 2008-07-09 03:01:00


인간이 파낸 바위산, 무대로… 공원으로…

화강암이 깨져 나간 흔적이 흉터처럼 남은 경기 포천시 신북면 기지리 일대의 옛 채석장. 30년 동안의 채석 작업 끝에 2002년부터 방치되어온 이곳이 문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폐기된 채석장의 문화공간화 프로젝트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일.

○ 2002년까지 30년간 채석작업

6일 이곳을 찾았을 때, 산 곳곳은 절개되어 암벽이 노출되어 있었다. 채석 당시에 뚫어 놓았던 암벽의 구멍도 남아 있었다. 하지만 노출된 바위는 오랜 세월의 풍화로 인해 오히려 멋진 풍광을 연출한다. 채석 작업으로 깊게 파인 땅은 지하수가 차면서 자연스레 초록빛 호수(수심 20m)를 만들었다. 포천시가 이 채석장에 주목한 것은 채석 작업이 완료된 2002년. 노출된 암벽에 이런저런 조각을 해 넣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채석 때문에 자연이 파괴됐는데 바위에 조각을 한다는 것은 또 한 번의 자연 파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 야외무대-전시실 꾸며… 조각공원 등 계획

포천시는 발상을 바꿨다. 채석장의 독특한 경관에 착안해 아트밸리로 만들기로 했다. 2004년 아트밸리 조성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미술가, 건축가, 디자이너에게 자문했다. 아트밸리 조성 공사는 2005년 시작됐다. 지금까지 채석장의 바위와 호수를 관람할 수 있는 전망대를 비롯해 야외 공연 무대, 전시실을 만들었다. 2009년까지 채석장의 이미지를 살린 석조 조각공원,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으로 활용할 스튜디오, 관람객들의 미술 체험 공간,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한 450m 길이의 모노레일, 시원한 물줄기의 폭포 등 다양한 문화레저 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포천시 기획감사담당관실의 권혁관 계장은 “야간에 조명을 넣고 암벽 앞에 설치된 무대에서 공연을 한다면 매력적일 것”이라며 “무대에 영상 시스템을 설치해 레이저 쇼를 하고 영화도 상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천의 아시아 비엔날레와 연계한 문화 이벤트를 열고 절벽을 이용한 암벽타기 등도 마련할 계획이다. 채석장 암벽 한쪽에는 암벽 체험장도 만들 계획이다.

채석장 아트밸리의 매력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화와 만날 수 있다는 점. 산업화 시대에 인간이 훼손한 자연을 친환경적인 문화공간으로 되살려내고 있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역문화팀의 오민근(도시경관) 전문위원은 “포천 채석장 아트밸리 조성사업은 건물 같은 시설만이 아니라 채석장 같은 공간도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산업 유산의 활용 개념을 확장한 의미도 크다”고 평가했다.

포천=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