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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역 이 사업은 꼭]울산시-토지관련법 개정

입력 | 2008-07-09 03:23:00


공장용지 없는 공업도시… “최소 규제‘네거티브 방식’필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의 효율적인 투자 유치와 지원에 앞장서겠습니다.’

울산시청 본관 5층 투자지원단 사무실 입구. 김상채 단장을 비롯한 직원 24명의 사진과 담당 업무를 인쇄한 액자 옆에 붙어 있는 이들의 다짐이다. 아래에는 기업의 투자지원을 위한 울산시의 방침을 9개항의 ‘투자지원행정 서비스 헌장’으로 정리해 놓았다.》

김 단장은 “울산에 있는 기업체를 수시로 방문해 애로사항을 살피고, 울산에서 기업을 하고 싶어 하는 기업인이 있으면 국내외 어디든지 찾아가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것이 투자지원행정 서비스의 기본”이라고 밝혔다.

김 단장은 “기업체가 울산시에 공장용지를 많이 요구하지만 여러 규제로 공장용지를 확보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규제를 대폭 완화해 기업체가 원하는 공장용지를 확보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활용 가능한 땅이 없다=울산시의 전체 면적은 10억5600만 m². 이 가운데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농업진흥지역 상수도보호구역이 8억800만 m²로 76.5%에 이른다.

전체의 20.1%(2억1200만 m²)는 주거지와 산업단지로 이미 개발됐다. 나머지 3.4%는 개발이 불가능한 보전녹지와 공원이다.

그린벨트 농업진흥지역 상수도보호구역을 활용하지 않으면 공장용지로 개발할 수 없는 셈이다.

울산시는 시 전체 면적의 71.5%를 차지하는 울주군과 통합한 뒤 1997년 7월 광역시로 승격됐지만 울주군 대부분은 ‘가용 불능 토지’다.

인천 부산 대구도 인접 군(郡)과 통합했지만 가용 불능 토지가 50%를 넘지 않음을 감안하면 울산에서 개발이 가능한 땅은 매우 적다.

▽공장 지을 땅이 절실=SK에너지㈜는 울산 남구 부곡동 울산공장 인근에 3조5000억 원을 투자해 중질유 고도화설비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용지 88만 m²를 확보해 주도록 지난해부터 울산시에 요구했지만 인근이 그린벨트여서 불가능했다.

자동차변속기 제조업체인 울주군 두서면의 ㈜디아이씨는 지난해 2000억 원 규모의 해외 수주를 했다.

1조 원을 투자해 폐열 재생장치 공장을 신설하려면 13만 m² 규모의 공장용지가 필요하지만 그린벨트에 묶여 힘들다.

온산공단 내 에쓰-오일은 기존 공장 인근에 133만 m², 삼성석유화학은 33만 m²의 공장용지가 필요하지만 도시계획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공장을 확장할 수 없다. 이 밖에도 168개사가 공장용지 1545만 m²를 확보해 달라고 울산시에 신청한 상태.

환경부 출신인 주봉현 울산시 정무부시장은 요즘 한 달에 열흘 이상 서울에 상주하며 정부 부처를 돌아다닌다.

가장 자주 찾는 곳은 국토해양부. 그는 “산업단지 확충을 위해 토지 관련법을 대폭 개정하고 행정절차를 간소하게 해 달라고 애원한다”고 밝혔다.

▽규제 완화를 요구=울산시는 환경 훼손이 적고 개발이 쉬운 그린벨트와 농업진흥지역을 산업단지로 개발할 수 있도록 관련법 고치기를 희망한다.

우선 상수도보호구역이나 취수장에서 상류 방향으로 각각 10∼20km 이내에는 산업단지 조성이 불가능한데 이를 ‘5km 이내’로 완화해 달라고 건의했다. 또 그린벨트 해제 고시와 승인을 모두 국토부 장관이 하는데 그린벨트가 최종 해제되기까지 3년 이상 걸리므로 승인권을 시도지사에게 위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화재보호법도 문제. 3만 m² 이상을 산업단지로 개발하려면 사업 시행자의 부담으로 문화재 발굴조사를 해야 한다.

발굴 대상을 100만 m² 이상, 기한은 1년 이내, 비용은 전액 국고로 바꾸자고 지자체는 말한다.

울산시 관계자는 “인허가는 전반적으로 허용하되 규제 항목만 열거하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을 도입해 공장용지 확충이 1년 이내에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1012개社 입주… 국가 수출액의 17% 차지▼

■ 울산 산업단지 현황

울산에는 국가산업단지가 울산-미포와 온산 등 두 곳에 있다.

울산-미포단지(총면적 4805만 m²)는 1962년 1월 울산 남구 북구 동구 일대가 특정 공업지구로 지정되면서 조성되기 시작했다. 1991년 1월 국가산업단지가 됐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SK에너지 등 752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온산단지(1728만 m²)는 1974년 4월 울주군 온산읍 일대가 온산산업기지개발구역으로 변하면서 조성된 뒤 1978년 5월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됐다. 에쓰-오일 동해펄프 등 화학펄프와 비철금속 업종 등 260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두 산업단지의 전체 면적은 6533만 m²로 전국 국가산업단지(37곳·9억600만 m²)의 0.72%에 그친다.

생산액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117조 원. 전국 국가산업단지(915조 원)의 12.8%나 된다. 수출액은 640억 달러로 전국(3715억 달러)의 17.2%에 이른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SK에너지 등 세계 굴지의 대기업이 울산에 몰려 있는 덕분이다.

두 공단의 근로자는 울산·미포단지 8만5000여 명, 온산단지 1만여 명 등 9만5000여 명이다. 국가공단에만 울산시민의 8.6%가 근무하는 셈이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바다 인접한 용지 확보위해 3년동안 뛰어다녔지만 허사”▼

대형 구조물 만드는 호창기계공업 김영찬 상무

“부두와 인접한 곳에 공장용지를 구하기 위해 3년 전부터 뛰어다녔지만 안 됐습니다.”

울산 울주군 상북면 호창기계공업㈜ 김영찬(사진) 상무는 “울산에서 바다와 접한 곳은 이미 공장이 건립됐거나 그린벨트로 지정돼 있어 공장용지를 확보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바다와 가까운 곳에 공장용지를 확보해야 하는 이유는 석유시추선 설비와 선박 블록 등 대형 철 구조물을 바지선에 실어 납품하거나 수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울주군 온산읍의 기존 1, 2공장은 온산항에서 1.5∼2km 떨어져 있다. 이곳에서 제조한 철 구조물을 육상으로 운송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대형 트레일러에 지장을 주는 전봇대 신호등 가로수가 여전히 방해물로 남아 있다.

지난해에는 폭 36m, 높이 70여 m인 대형 크레인을 제작했지만 육상 운송이 힘들어 15∼20m 크기로 분해해서 부두로 옮겨 재조립한 뒤 바지선에 실었다.

지난해 5000만 달러 수출탑을 받은 이 회사는 올해 들어 미국 프랑스 노르웨이에서 3억 달러 상당의 주문을 받아 공장 확장이 시급하다.

김 상무는 “온산공장 인근의 바다와 접한 곳에 6만6000m²(2만 평) 정도의 공장용지를 확보하려고 했으나 그린벨트나 녹지여서 불가능했다”며 “바다를 매립해 공장용지를 확보하려고 해도 공유수면 매립 허가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또 상북농공단지 내 본사에 생산제품이나 자재를 쌓아둘 공간이 없어 확장을 추진했다.

인근 지역이 모두 농업진흥지역이어서 힘들었지만 공장 바로 옆 3000여 m²를 확장용지로 개발하도록 울산시가 알선해 급한 불은 껐다.

김 상무는 “다른 지역에서는 공장용지를 조성하고 기업을 유치하려고 하지만 울산은 기업체가 오히려 공장용지를 달라고 애원한다. 환경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규제를 풀어 공장용지를 쉽게 확충하도록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