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이주·생활 대책을 세워 주든지, 아니면 사업을 전면 백지화해 주민들이 재산권 행사라도 할 수 있게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인천 남구 도화3동 빌라에 20년째 살고 있는 권혁채(56) 씨는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도시개발공사 등 사업시행자가 지난해 12월부터 도화구역 도시개발사업 보상에 들어간다고 밝힌 뒤 7개월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기 때문이다.
권 씨는 “보상이 계속 미뤄지면서 사업이 불투명해졌다는 소문까지 퍼져 집을 내놔도 사겠다는 사람이 전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지지부진한 도시개발=도화지구 도시개발사업의 제자리걸음은 인천대 송도캠퍼스 조성 사업비 증액이 발단이 됐다.
인천도개공은 민간사업자와 사업협약을 체결하면서 송도캠퍼스 공사에 2407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인천대의 설계 변경과 시설 확대 요구로 20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추가로 들게 됐다.
추가 비용은 인천도개공 등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인천대의 주장이다. 하지만 인천도개공과 도화지구 개발사업 특수목적법인(SPC)인 메트로코로나는 추가 비용에 대해서는 시와 대학이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시는 최근 인천도개공과 인천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송도캠퍼스 건립과 관련해 수차례 업무조정회의를 했지만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시름 깊어가는 주민들=사업지구 안에는 1292가구(세입자 포함 1700가구) 5000여 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2005년 민간사업자를 선정한 뒤 원주민들에게 아파트 입주권을 보장했다.
하지만 현행 법규에 따르면 민간 개발사업장에서는 전용면적 85m² 이하의 10%만 원주민들에게 특별 공급할 수 있게 돼 있다.
이에 따라 85m² 이하를 2400가구 정도 계획하고 있는 도화지구에서는 240가구 정도만 원주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사업이 지지부진하고 입주권 보장도 불확실한 만큼 전체 사업 용지 중 시가 보유한 87.7%만 개발하고 주민들이 소유한 12%는 재개발사업을 통해 자체 개발하겠다”고 주장했다.
▽도화구역 도시개발사업=인천대 도화캠퍼스를 송도국제도시로 이전하고 인천전문대학 캠퍼스를 재배치하는 것이 주요 사업내용이다.
인천대 등이 떠난 남구 도화동 43의 7 일대 총 88만1047m²에 6849가구의 공동주택, 상업 및 교육시설 등이 어우러진 복합단지를 개발하는 것. 2006년 3월 공람 공고와 5월 지구 지정이 이뤄졌으며 2007년 9월 보상계획공고를 거쳐 12월부터 보상이 이뤄질 계획이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