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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런 무대 처음…” 베이징 관객 매혹시킨 ‘청춘예찬’

입력 | 2008-07-10 02:59:00

연극 ‘청춘예찬’이 끝나고 박근형 연출(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갖고 있다. 이 자리에는 장셴 중앙희극학원 희극문학과 주임, 팅루루 중앙희극학원 연출과 학과장, 우샤오장 국가화극원 1급 연출가(왼쪽부터)도 참석했다. 사진 제공 예술경영지원센터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문화관에서 공연된 연극 ‘청춘예찬’의 한 장면. 사진 제공 예술경영지원센터


“때리고 밟는 폭력 장면이 나오는데 중국 관객들에게는 낯섭니다. 연기자를 다치지 않게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나요.”(중국인 여성 관객)

“때리는 시늉보다 실제로 때리는 것이 효과가 좋습니다. 실제 신체 접촉에서 생기는 묘한 긴장감과 갈등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조심해서 하라고 할 뿐입니다.”(박근형 연출)

질문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았던 탓에 이 여성 관객은 두 가지를 더 물어본 뒤 자리에 앉았다. 뜨거운 열기였다. 질의응답으로 예정했던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3일 중국 베이징(北京) 차오양(朝陽)구문화관. 한국 극단 골목길의 연극 ‘청춘예찬’이 끝나고 마련된 ‘관객과의 대화’에서 객석을 가득 메운 200여 중국 관객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 작품은 8월 개막하는 베이징 올림픽의 사전 문화 행사인 ‘미트 인 베이징’의 ‘한국문화주간’에서 중국 관객들과 만났다.

청춘예찬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해체된 가정을 통해 한국 사회의 그늘을 직설적이면서도 따뜻하게 보여준 박근형 연출의 대표작으로 1999년에 초연된 뒤 계속 공연되고 있다. 배우 박해일 김영민 김영필 씨 등이 이 작품의 주연인 청년 역을 맡은 바 있다.

“(청춘예찬의 주인공) 김주완 씨는 다섯 번째 청년 역할인데 그보다 앞서 청년 역을 맡았던 네 명의 남자 배우는 아직 연기를 하고 있습니까.”

“연출가들은 머리가 길거나 옷을 특별하게 입는데 박근형 씨는 전혀 예술가 같지 않습니다. 한국 연출가들은 다 그렇습니까.”

“연극에서 청년의 어머니는 자신의 눈을 멀게 한 남편과 이혼한 뒤에도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가요.”

이런 질문 외에도 TV 프로그램의 MC라고 밝힌 한 관객은 “그동안 힘 있는 연극을 만나기가 힘들었는데 귀한 경험을 선사한 이 작품에 감사드린다”는 평을 밝히기도 했다.

예정된 시간 때문에 사회자가 질문을 제지하자 한참 손을 들고 있던 한 여성 관객이 항의하기도 했다. 그는 나중에 박 씨에게 다가가 질문을 던졌다.

박 씨는 “중국 관객들이 이렇게 열성적인 반응을 보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한국에서도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청춘예찬이 이처럼 중국인들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5일 베이징 중국희극가협회 사무실에서 우샤오장 국가화극원(한국의 국립극장) 1급 연출가와 팅루루 중앙희극학원 연출과 학과장을 만나 설명을 들었다. 중앙희극학원은 정부가 운영하는 현대극 전문학교로 장쯔이, 궁리 등이 이곳 출신이다.

두 사람은 “청춘예찬은 중국 연극에서 볼 수 없는 것을 보여줬다”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우 씨는 먼저 연극의 사실성과 주제의식을 꼽았다.

“비주류 계층의 가치관이나 생활을 여과 없이 보여준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주제의식도 좋았어요. 그 과감함을 중국 연극이 배워야 합니다. 중국 연극 단체들은 심사에 통과해 수상을 해야 제작비를 받기 때문에 아무래도 정부에 호의적인 내용을 담는 경우가 많거든요.”

팅 학과장은 청춘예찬의 연극 기법을 평가했다.

“제목이 청춘예찬인데 내용이 어둡고 극단적이어서 놀랐고 그 어두운 내용을 유머로 표현하는 것에 다시 놀랐습니다. 이런 위트는 중국 연극에서 부족한 대목입니다. 장면의 생략을 통해 인물들의 심리를 보여주는 기법도 좋았습니다. 중국 같으면 일일이 다 설명했을 텐데….”

베이징=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