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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체코에 동유럽MD기지 설치”… 러 “군사적 대응” 경고

입력 | 2008-07-10 03:00:00


미국이 동유럽에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을 강행하고 이에 러시아가 강력히 반발하면서 양국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8일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카렐 슈바르젠베르크 체코 외교장관과 공동으로 동유럽 MD 기지 설치 협정에 최종 서명했다. 이에 따라 체코의 서쪽 지역에는 미사일을 추격할 수 있는 레이더기지가 들어서게 된다.

라이스 장관은 서명식을 마친 뒤 “이번 협정은 21세기의 위협에 놓인 우리의 친구와 우방을 위한 것”이라며 “러시아에도 우리가 이란 같은 국가의 위협에 공동으로 직면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거세게 반발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만약 미국의 전략적 MD 시스템이 우리 국경 근처에 배치된다면 우리는 외교적 방법이 아닌 군사적 방법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성명은 ‘냉전시대를 연상시키는’ 성명서 문구를 통해 “미국의 동유럽 MD 시스템이 유럽의 안보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미국의 동유럽 MD 체제 구축 시도가 유럽에서 자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한 견제 시도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동유럽 MD 체제 구축은 우리의 주권을 침해하려는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해 왔다.

이런 러시아의 반응에 미국은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는 기존의 방침을 되풀이했다. 고든 존드로 백악관 대변인은 “동유럽의 MD 체제에 미국과 러시아, 유럽이 동등한 파트너 관계로 참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한 만큼 러시아와의 대화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이 체코 외에 동유럽 MD 체제 구축을 논의 중인 폴란드와는 아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상태다. 체코에서도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75% 이상이 이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나 의회의 최종 승인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