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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땅, 전남 강진 “강진 한번 와 보랑께요…겁나게 멋져부러”

입력 | 2008-07-10 08:00:00


산과 바다를 함께! 그것도 길지 않은 여정을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딱 들어맞는 한국 땅이 있다. 정약용과 김영랑의 마음을 붙잡았던, 멀고도 가까운 땅∼ 바로 강진이다. 한반도 지도의 땅 끝이라고 주저할 필요가 전혀 없다.

부지런히 일어나 든든히 아침밥을 챙겨먹고,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좋다. 오전 9시 15분 서울 용산역에서 KTX를 타면 목포역에 12시 29분에 도착한다. 목포에서 강진까지는 한 시간이 채 안 걸린다.

교통이 꽉꽉 막히는 도심 속에서 주말을 보내지 말자. 1박 2일 짧은 일정만으로도 도시를 훌쩍 떠나 남도 땅을 돌아볼 수 있다.

이번 주말에는 전라남도 강진의 재미에 흠뻑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겁나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언능 가봤는디 후회 안했당께” 하며 강진 선택에 뿌듯해할 수 있다.

SD 여행 독자를 위해 강진 땅을 밟으면 꼭 해야 할 세 가지를 추천한다.

○ 걸어라. 정약용 만나는 길!

강진하면 ‘다산초당’을 빼놓을 수 없다.

다산 정약용이 1808년부터 1818년까지 유배생활을 하며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의 책을 쓰고 제자를 가르친 곳이다.

다산초당의 산길은 초입부터 다산이 상호명인 슈퍼가 있고, 야생 녹차와 대나무, 동백나무 등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오솔길이다. 오솔길이라고 절대 만만하게 봐선 안 된다. 과거 정약용이 걷던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금세 땀에 흠뻑 젖는다. 길은 험하지 않지만, 나무가 빽빽하고 먼 거리가 보이지 않는 좁은 숲길이다.

시인 곽재구는 그의 시 ‘다산초당 가는 길’에서 초당 입구에 도착하면 친구 ‘혼자만의 시간’을 마련해주겠다고 말한다. 그만큼 사색하며 걷기에 좋다. 다산초당에는 정약용이 직접 파서 만들었다는 샘이 있고, 부뚜막 삼아서 차를 끓여 마시던 돌이 그대로 있다.

다산초당 옆의 ‘천일각’ 정자에 오르면 강진만의 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산과 바다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다산 초당과 백련사 사이에는 천연기념물 제151호로 지정된 동백림이 있다. 동백꽃이 피는 4월에는 붉은 꽃이 뚝뚝 떨어진 모습이 여행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사찰 옆의 동백나무는 불에 강해서 화재 위험을 덜어준다고 한다.

다산 초당 가는 길 = 강진 읍내 → 완도 방면 18번 국도→ 학명리 추도 삼거리 좌회전 → 도암 방면 7km

○ 맛보라. 먹고 또 먹고~

강진은 무엇보다 푸짐한 음식에 입이 쩍 벌어지는 곳이다.

반찬 투정을 하던 아이들도, 강진에만 오면 이것저것 챙겨먹느라 부모들이 깜짝 놀란다고 한다. 싱싱한 바닷가 회도 관광객을 위해 5만 원 대로 값을 대폭 내렸다. 음식의 맛깔스러움은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손색이 없다.

특히 횟집 근처의 마량항 야외무대에서는 매주 토요일 무료 문화공연을 연다. 공연 관람객 중 20명을 추첨해 5만원 상당의 횟집 식사권을 제공한다. 당첨 확률이 굉장히 높은 편이다.

강진 병영에 있는 ‘수인관 식당(061-432-1027)’은 돼지불고기 백반으로 유명한 집이다. 연탄불로 구운 돼지 숯불갈비를 푸른색 도자기 화로 위에 얹어 보기도 좋다. 상다리가 휠 정도로 푸짐한 상차림이 4인 기준 2만원이다. 식당 주인의 대학생 아들이 손수 개발한 양념은 한 번 맛본 사람들이 택배로 계속 배달시켜 먹는다고 한다.

강진읍내에 있는 ‘청자골 종가집(061-433-1100)’도 대표적인 한식 맛집이다. 음식이 나오는 속도를 먹는 속도가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 값은 10만원 내외로 반찬가짓수를 조절해 주문할 수 있다.

음료로 익숙한 녹차 차밭도 강진에서는 꼭 들를 곳이다. 제주와 보성뿐만 아니라 강진에도 다원이 있다. 바로 ‘설록차’로 유명한 강진다원이다.

월출산 밑으로 펼쳐진 풍경이 눈을 뗄 수가 없다. 여름에도 시원한 바람과 싱긋한 향을 느낄 수 있다.

강진에서 꼭 맛볼 음식

한정식, 장어구이, 짱뚱어탕, 연탄불 돼지불고기백반, 멧돼지 숯불구이, 토하젓, 군동메주, 유자차, 강진한과, 청자골 손된장

○ 빚어라. 순수한 예술의 혼!

강진을 떠올리면 꼭 빠질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고려청자’다. 청자의 80%가 강진에서 생산된다. 식당 어딜 가도, 찻잔도 자기요, 목걸이도 자기다. 8월 9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강진청자문화제’는 7년째 ‘국가지정최우수축제’ 1위를 기록한 강진의 자랑거리이다.

청자박물관(061-430-3712)과 강진 곳곳에서 축제가 열린다.

‘흙, 불, 그리고 인간’을 주제로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준비돼 있다. 청자를 직접 만드는 체험행사와 비보이 공연, 향토 음식 축제 등 가족과 연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부대행사가 가득하다.

숙박은 모텔이나 민박, 유스호스텔을 이용하면 된다.

강진에 아직 호텔은 없다. 여행 도중 인터넷 이용이 필요하면 강진 시내에서 머물면 좋다.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마량항 바닷가에서 야경을 즐기며 자는 게 괜찮다. 숙박은 2만원∼3만원이다.

강진 1박 2일 여행 코스

1. 500년의 불교미술을 느끼는 ‘무위사’→ 월출산 자락의 광활한 녹차밭, ‘강진다원’→ 조선후기 천재적 승려, 정약용의 지기 ‘아암’ 스님의 ‘백련사’→다산이 실학사상을 집필한 ‘다산초당’→모란의 정취를 느끼는 ‘영랑생가’

2. 고려청자의 신비 ‘청자도요지’→서민문화의 흔적 ‘와보랑께 박물관’→네덜란드 하멜표류기의 자취 ‘전라병영성’→ 매주 토요일 문화행사가 열리는 어촌마을, ‘마량항’

구수한 남도 멋 살린 영랑시집 나와

‘북의 소월, 남의 영랑’ 이라는 말이 있다. 강진에는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노래하던 시인 김영랑의 생가가 있다. 1903년에 태어나 40대까지 이곳에서 집필 활동을 했다. 강진 시내인 강진군청에서 5분 거리라서 찾기도 쉽다.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등 그가 쓴 시의 자연 소재를 살려 감나무, 동백나무, 장독대, 모란 등을 많이 심어두었다.

강진에 오면 김영랑 시집을 찾는 관광객이 많아 강진군 기획으로, 전라남도 사투리 맛을 살린 ‘모란이 피기까지는’(동아일보사) 시집을 발간했다.

‘영랑시집’, ‘영랑시선’과 신문과 잡지에 실렸던 영랑의 시를 읽을 수 있다. 가격은 7000원.

강진=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