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카 ‘명예의 전당’ 베스트 5
나는 찍는다. 고로 나는 존재 한다. 휴대전화만큼이나 필수품이 돼 버린 디지털카메라. 이제는 휴가의 동선까지 바꿀 정도다. 해외여행도 남 일처럼 돼 버린 셀카족(族)들. 나를 찍어야 즐거운 이들에게 최고 휴양지는 바로 조명 좋고 배경 근사한 커피숍이나 호텔 로비다. 누구나 셀카를 찍지만 명작은 아무나 찍지 못한다. 셀카 고수(高手) 102명에게 물어 이들이 뽑은 셀카 명예의 전당 베스트5를 소개한다.
● 하늘공원을 갈까 ‘탑 클라우드’를 갈까
셀카 동아리 ‘빛을 찾아서’, 카메라 동호회 ‘XCC’, 얼짱 동호회 ‘인터넷 얼짱사진’ 회원들, 그리고 디지털카메라 및 셀카 전문가 등 총 102명에게 서울 시내에서 셀카 찍기에 가장 좋은 장소를 물어봤다.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이 23표로 1위였다. 이들은 “오후 5∼7시 노을이 얼굴을 예쁘게 살려준다” “평일 오전에는 사람이 없어 자유롭게 찍을 수 있다” “4계절 변화가 한눈에 나타난다”고 했다.
두 번째 셀카 명소는 종로구 삼청동 카페 골목. 골목 내 모든 곳이 셀카의 전당이라고 답했다. “아름다운 카페 외관과 내부의 한적함이 공존하는 곳” “다양한 카페들이 있어 내 개성에 맞는 곳을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대부분 이곳에서 셀카를 찍기에 어색하지 않다”고 한다.
3위는 종각역 앞 종로타워 33층의 퓨전 레스토랑 ‘탑 클라우드’다. 탑 클라우드 내 화장실을 최고 명소라고 답했다. “통유리로 된 화장실이라 종로 야경을 뒷배경으로 찍을 수 있다”고 한다. 또 “촛불 조명으로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4위는 강남구 신사동 ‘도산공원’ 앞 카페 골목. “오전에는 한산해서 아기자기한 카페를 배경으로 혼자서 사진 찍기 좋다”는 답변이 나왔다. 남의 시선이 두려운 셀카 초보자들이 ‘입문’하기 좋은 곳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5위는 신촌역 주변 커피숍. 커피전문점 ‘카리브’ 신촌점을 비롯해 ‘티 스프링스’ ‘클로리스’ ‘트리니티’ 등의 커피숍들에 대해 응답자들은 “다양한 소품과 빨강 노랑 등의 알록달록한 조명이 셀카 분위기를 살린다”고 답했다. 이 밖에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청사 야외 ‘스타벅스’(탁 트인 하늘을 배경으로 비행기 이착륙 모습을 셀카에 담을 수 있다), 서초동 ‘예술의 전당’(분수대와 조형물, 카페 등 도시적인 분위기, 등산로 녹색 풍경을 동시에 담을 수 있다), 잠실종합운동장, 청계천, 올림픽공원 등이 선정됐다.
● 셀카족을 잡아라
‘잘 찍은 셀카 하나, 인터넷 스타 된다.’
어느 인터넷 셀카 콘테스트 표어처럼 셀카 문화는 21세기 독특한 디지털 문화다. 디지털카메라, 폰카 등 디지털 기기와 미니홈피, 블로그 등 개인 미디어가 만든 이 문화는 단순한 취미활동이 아닌 삶의 일부다.
기업들은 휴가철 셀카족을 잡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 일본 가전브랜드 산요는 8월 한 달간 자사 디지털카메라 제품인 ‘작티’ 이용자 대상으로 ‘셀카왕을 찾아서’ 이벤트를 한다. CJ의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주르도 이달 말 ‘셀카 콘테스트’ 스케줄을 잡았다.
셀카족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부분은 조명이다. 커피전문점 ‘커피 빈’의 경우 할로겐 조명 각도를 다른 커피숍 각도(50∼70도)보다 낮은 12도로 해 매장 밝기를 낮췄다. 반면 화장실은 베이지색의 밝은 타일을 깔아 내부 조도보다 30% 밝게 해 매장 내 셀카 마니아와 ‘화장실 셀카 마니아’를 구분했다. 최근에는 매장 내 벽면을 꾸며달라는 셀카족 요구에 따라 강남구 논현동 매장에 독일 여류 사진작가 칸디다 호퍼를 비롯한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커피숍 ‘빈스앤베리스’ 신촌점은 부분마다 조명 밝기를 달리 했다. 1층 계산대는 200∼300럭스로 다소 밝은 반면 화장실은 150럭스, 어두운 구석 자리는 50∼100럭스 등 밝기가 달라 다양한 셀카를 찍을 수 있게 했다.
롯데백화점은 여성 셀카족을 잡기 위해 지난해 매장 내 드레스 카페 ‘프린세스 다이어리’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턱시도와 드레스, 한복(1만5000∼5만 원)을 빌려 셀카를 찍을 수 있다. 또 대학로, 신촌, 홍대 등 대학가 근처 개인 스튜디오에서는 남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셀카족을 위해 ‘나만의 셀카’ 공간을 빌려준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