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려워지면 너나없이 타격을 받는다. 그러나 타격의 강도로 따지자면 서민층이 훨씬 더 세다.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먼저 일자리를 잃을 것이고, 또 고용이 줄기 때문에 실업자가 직장을 잡기도 어려워진다. 물가가 올라도 엥겔계수가 높은 서민층이 더 타격을 받는다. 가진 재산이 없는 사람들에게 경제상황의 악화는 치명적 위험임이 분명하다.
일자리 늘어 서민이 가장 큰 혜택
그래서 경제를 살려야 한다. 서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려면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안타깝게도 지금 그것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
대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겠다고 선언하고 나섰지만 투자가 어디 선언만으로 될 일인가. 제대로 된 기업가라면 경제상황을 면밀히 따져서 수익이 날 수 있을 때만 투자를 할 것이고 또 그래야 마땅하다. 모든 나라의 경제전망이 이렇게 어두운 상황에서 세계를 상대로 장사를 해야 하는 기업들이 수익성 있는 투자를 얼마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우리가 겪는 경제위기는 나라 밖에서 비롯됐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의 후폭풍이나 고유가, 식량 등 원자재 가격의 앙등은 모두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그러니 해결책을 찾는다면 우리 안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그 해결책은 진부할 정도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들이다. 규제를 풀고 세금을 줄여 투자를 이끌어내고, 산업평화를 통해서 노동생산성을 높이며, 민영화를 통해 공기업의 틀 속에서 잠자고 있던 수많은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외부로부터 주어진 어려움을 상쇄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내부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뿐이다.
환율의 인위적 조정은 근본 해결책이 못된다. 그것으로 어느 정도는 환율을 낮추고, 원자재의 도입가격을 낮출 수 있겠지만, 지속가능하지 못하다. 원자재 도입단가가 낮아지는 만큼 수입량이 늘어 달러는 더 빠져나가고 환율은 다시 상승압박을 받을 것이다.
그렇게라도 해야 하는 정치적 이유는 이해가 되지만, 더 깊은 수렁에 빠지기 전에 외환시장에서 최대한 빨리 손을 빼는 것이 현명하다. 약간의 진통효과를 위해 막대한 국고를 지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성공한 보수정권들이 했던 일을 보라. 영국의 마거릿 대처도,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도, 뉴질랜드의 개혁정부도 개혁은 모두 통화긴축 등 허리띠 졸라매기부터 시작했다. 그런 바탕 위에서 투자촉진을 위해 규제를 풀었고, 법을 세워 작업장의 평화를 이룩했다. 3, 4년간 그렇게 진통제 없이 버티다 보면 노동생산성이 올라 인플레 없는 고속 성장이 가능해졌던 것이다.
투자 촉진위해 규제 풀어야
그런데도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투자촉진책 도입을 망설이게 되는 것은 결국 가진 자들만을 위한 정책 아닌가라는 비난 때문이다. 물론 그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투자를 결정하는 사람이 대개는 가진 자이니 그들의 돈을 끌어내기 위한 투자촉진책도 우선은 가진 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를 취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말 눈여겨봐야 할 것은 서민들이 어떤 영향을 받는가이다. 규제를 풀고 세금을 줄여 일자리가 만들어졌을 때 이익을 보는 것이 기업주만은 아니다. 일자리를 얻어서 실업을 면하게 될 실업자가 가장 큰 수혜자다.
자본주의가 강한 것은 거래의 쌍방이 모두 윈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할인점이 생기면 할인점 업자뿐 아니라 그곳에서 좋은 제품을 싸게 살 수 있게 되는 소비자도 이익을 본다. 투자촉진책 역시 마찬가지다. 그 정책으로 가진 자들이 이익을 보겠지만 더 큰 이익은 그것 때문에 일자리를 얻게 되는 서민들의 몫이다. 경제가 나빠져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는 사람이 서민들이라면 경제가 좋아질 때 가장 큰 기쁨을 누리게 될 사람도 서민들일 것이다. 투자촉진책은 서민을 위한 정책이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