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방청석에서 9일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의회 예법에 어긋나는 것이었지만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5월에 뇌종양 수술을 받고 보스턴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에드워드 케네디 민주당 상원의원이 ‘깜짝 등원’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노인들에 대한 의료보험 혜택을 줄이지 못하도록 막는 내용이 포함된 메디케어 법안이 표결에 들어가기 몇 분 전 의사당에 도착했다. 방사능 치료 탓인지, 아니면 수술 자국인지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빠진 부분이 보였다.
그가 민주당 대선 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아들인 패트릭 케네디 하원의원의 안내를 받아 본회의장에 들어서자 민주당 의원들은 환호하며 기립박수를 보냈고, 공화당 의원들도 곧 동참했다.
그가 한 표를 보탠 이 법안은 69 대 30으로 통과됐다. 케네디 의원은 “나이 든 시민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했다”며 “의사당에 돌아오니 기쁘다. 여기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케네디 의원의 가족은 그가 76세의 고령인 데다 항암치료를 받는 상태에서 보스턴에서 워싱턴까지 여행하는 것은 무리라고 걱정했다는 후문이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