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글로벌 MBA 1기생 ‘졸업 1년후’ 설문
대학에서 음악(클라리넷)을 전공한 A(32·여) 씨는 금융권 취업이 꿈이었다. 국내 한 특급호텔의 마케팅팀에서 2년 동안 근무한 A 씨는 2006년 9월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글로벌 MBA 과정의 문을 두드렸다.
지난해 8월 졸업해 외국계 증권사에 입사한 뒤 1년, 그는 금융권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을까?
옵션 트레이더로 일하는 그의 연봉은 1억8000만 원으로 글로벌 MBA 입학 전보다 5배 올랐다.
A 씨는 “연봉도 그렇지만 10대까지 해외에서 살았고, 음대 출신이라 걸림돌이 됐던 인맥과 경력에서의 약점을 메운 게 서울대 MBA의 최대 수익”이라고 말했다.
직장인들의 ‘MBA 열풍’이 거센 가운데 동아일보는 최근 한국형 MBA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서울대 글로벌MBA 1기 졸업생 24명(전체 3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졸업 당시 이들은 전원 취업에 평균 연봉상승률이 60.5%에 이르러 관심을 모았다.
○ 경영 경력과 황금 인맥 잡았다
설문조사에 응한 졸업생 모두가 서울대 MBA 과정을 마친 게 직업이나 경력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답했다.
매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응답은 66.7%, 약간 도움이 되고 있다는 응답은 33.3%였다.
졸업 뒤 얻은 효과로는 경력 전환을 꼽은 이가 41.7%로 가장 많았다.
실제 입학 전에는 국내 정보기술(IT) 기업 출신이 30%로 가장 많았지만 졸업 뒤에는 금융권 진출이 58%로 가장 많았다.
인맥 형성이 33.3%로 뒤를 이어 걸음마 단계인 국내 MBA도 ‘와튼스쿨 멤버’ 등 해외 유수 MBA와 같이 ‘인맥의 장’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연봉 상승(12.5%)이나 전문지식 습득(8.3%), 실무역량 강화(4.2%) 등을 메리트로 꼽은 졸업생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채용 단계에서 국내 MBA 출신에 대한 선호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그렇다’가 58.3%(매우 12.5%, 약간 45.8%)였다. ‘그저 그렇다’는 29.2%, ‘별로 없다’는 12.5%였다.
○ 해외파와는 여전히 차이 커
10명 가운데 6명은 여전히 직장 내에서 해외 유수 MBA 출신과 연봉이나 지위, 승진 등 대우 면에서 차이를 느낀다고 답했다.
차이가 있다는 응답은 58.3%(매우 25%, 약간 33.3%)인 반면 차이가 없다는 응답은 20.8%(별로 8.3%, 거의 12.5%)에 그쳤다.
특히 응답자 중 대기업 진출자 모두가 대우에서 해외파와 차이를 느낀다고 답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 철저히 성과 위주로 연봉과 대우가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나 투자은행(IB) 부문 진출자는 같은 질문에 거의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컨설팅업체에 다니다 서울대 글로벌 MBA 1기 졸업 뒤 대기업 전략기획팀 과장으로 재취업한 B(34) 씨는 “국내 MBA 출신에 대한 기업의 시선은 아직 미지근하다”며 “빠르게 성과를 내기에 선호하는 측면은 있지만 일반 석사와 다르지 않게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응답자들은 10명 중 3명꼴로 다시 MBA 과정에 진학한다면 해외로 가겠다고 답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