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안정이 곧 국가안보”…
레바논 예멘 모로코서 분쟁 중재 잇단 성공
인구 90만에 국토 크기는 전남도보다 조금 작은 중동의 소국(小國) 카타르가 ‘중동 평화의 중재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총리 겸 외교장관은 쉴 틈이 없다. 예멘과 모로코에서 정부와 반군 간의 협상을 중재하고 에이즈를 퍼뜨린다는 혐의로 리비아에 억류됐던 불가리아 간호사 5명이 석방되는 데에도 관여했다.
특히 올해 5월에는 외세 및 종교세력 간 갈등으로 18개월 동안 대통령을 선출하지 못한 채 내전 위기로 치닫던 레바논의 평화협상을 중재하는 데 성공했다. 레바논 베이루트 공항으로 향하는 도로 주변에는 “고맙습니다, 카타르!”라고 쓰인 대형 간판들이 세워져 있다.
“카타르는 모든 국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를 원한다”는 알사니 총리의 말처럼 카타르는 이스라엘과 동맹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이스라엘 파괴를 주장하는 이슬람 강경파들과도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또 이란과 가깝지만 세계 최대의 미 공군기지가 카타르에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시리아는 앙숙관계이지만 두 국가 모두 카타르와는 가깝다.
산유국인 카타르는 외교력을 높이는 데 ‘오일 머니’를 활용하고 있다. 시리아 관광지 개발에 3억5000만 달러(약 3500억 원), 짐바브웨 정유시설 건설에 15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을 강타했을 때는 미국에 1억 달러를 지원하기도 했다.
카타르가 이런 외교정책을 편 것은 하마드 빈 할리파 알사니 국왕이 집권한 1995년부터다. 강력한 개혁을 추진하면서 국가 안보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사우디와 이란, 이라크 등 중동의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카타르는 외교를 통해 중동을 안정시킴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부(富)를 지키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타르의 외교정책이 ‘혼란스럽다’는 지적도 있지만 레바논 평화협상 중재에 성공함으로써 카타르의 노력이 유효하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신문은 평가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