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별도 ‘e지원’ 주문 페이퍼컴퍼니와 연루…
제작비용 지불”
청와대는 10일 대통령기록물 불법 무단 반출을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을 대신해 ‘별도의 e지원 시스템’을 주문 구입한 페이퍼 컴퍼니(서류상 회사)를 공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서울 종로구 내수동에 위치한 D사였고 대표이사는 허모 씨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회사가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과 관련이 있고, 별도의 e지원 시스템을 구입한 비용을 이 측근이 직접 지불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2006년 11월 본점을 경남 양산에서 부산 부산진구로 옮기면서 이름을 변경했다. 당시 자본금은 5000만 원이었고, 멀티미디어 하드웨어 제조, 소프트웨어 및 데이터베이스, 자동차 정비 등 다양한 사업을 하는 회사로 등기했다.
2007년 3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으로 본점을 옮겼지만 자본금 5000만 원은 변동이 없었다. 허 대표는 2004년 취임한 것으로 돼 있다.
이 업체는 대통령기록물 불법 무단 반출과 연루됐던 시기에는 사무실을 정부중앙청사 뒤편 종로구 내수동(2007년 7월∼2008년 6월)으로 옮겼고, 2008년 7월 현재 주소지인 서울 서초구로 다시 이사를 갔다.
이 관계자는 “반출작업을 한 인물이 누구인지도 이미 파악한 상태”라며 “이들은 반출 당일 차량을 청와대로 들여와 작업을 마치자마자 기록물과 별도의 e지원 시스템을 이 차량에 옮겨 갖고 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e지원 시스템을 제작한 민간업체 측이 반출 전 과정에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며 “이 업체 측은 반출은 물론이고 봉하마을 사저에 별도의 시스템을 설치하는 작업까지 해 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정황을 근거로 불법 무단 반출과 관련된 사람들을 12일 이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이와 관련해 “사실을 밝히는 조사가 선행되고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하면 국정조사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D사 관계자는 “황당하다. 우리도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는 곳이다”면서 “우리도 법적으로 (대응) 준비를 하고 있어서 준비가 되면 (언론에)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노 전 대통령 측 김경수 비서관은 “이 문제는 전 대통령에 대한 (자료)열람권을 보장하지 않아 생긴 임시적 상황”이라며 “열람편의를 제공해 달라는 (우리) 요구에 국가기록원이 ‘당분간 어렵다’고 해서 ‘e지원’을 통한 서비스가 될 때까지 사본으로 열람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비서관은 또 “청와대는 일방적 주장으로 전직 대통령을 흠집 내기 위한 정치공세를 중단하고 최소한의 예의와 품위를 갖춰 달라”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김해=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