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삼성전에 앞서 만난 SK 좌완 김광현의 얼굴은 한결 풀려 있었다. 바로 전날 1군 복귀전(삼성전) 시즌 11승 투(7이닝 무실점)로 마음의 짐을 일부나마 던 덕분이었다.
그래도 김광현은 “감독님이 아직 (노여움이) 풀리지 않으신 것 같다. 다음 두산전에서 더 잘 던지는 수밖에 없다”라고 언급, 그동안의 공백에 대해 거듭 송구스러움을 나타냈다.
목표로 설정한 200이닝을 던지면 보은이 되지 않느냐고 하자 김광현은 “100이닝을 던져보니까 200이닝이 쉬운 게 아니라고 실감하게 됐다. 그렇지만 올림픽과 코나미컵,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기회가 주어진다면 200이닝을 던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김광현은 3월 대만에서 열린 올림픽 세계예선전에서 실질적 에이스로서 2승을 책임졌다. 8월 베이징올림픽 등 이어질 국제대회나 포스트시즌에서도 중책이 예상된다.
허리 통증을 노출한 김광현이 200이닝을 투구해도 후유증이 남지 않을까. 이에 대해서는 김성근 감독의 ‘류현진 우위론’을 통해 해답의 실마리가 나왔다.
김 감독은 “류현진이 김광현보다 낫다”고 단정했다. 그 이유는 구위나 데이터가 아니라 완급 능력 때문이다. “김광현은 1회부터 9회까지 강하게 던지려 하지만 류현진은 흐름과 타자에 맞춰 힘을 조절할 줄 안다”고 김 감독은 진단했다. 이렇기에 7이닝 이상 투구 경기에서 류현진이 김광현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감독이 최근 김광현에게 삼진 욕심을 줄이라고 야단친 것도 이 맥락에서 읽힌다. 상대타자가 약하다고 삼진 욕심에 공 3개를 던지는 것보다 유인구 1개로 맞혀 잡아야 이닝이터가 될 수 있다는 지론이다.
실제로 김 감독은 9일 삼성전에서 김광현이 1회에 시속 150km를 찍은 것보다 6회 이후에도 147km를 유지한 데 점수를 줬다. ‘단판승부의 황제’ 김광현이지만 김 감독이 바라는 기대치는 그 이상인 셈이다. 1년 내내 그렇게 던질 수 있는 지속성이 김광현 앞에 놓인 화두다.
문학=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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