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차출규정, 바꿀수 있나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축구의 23세 이상 와일드카드 차출 문제로 시끄럽다. 각국 축구협회에서 선발한 선수를 클럽이 반대, 물의를 빚고 있는 것이다. 브라질의 호나우지뉴(바르셀로나)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와 관련,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10일(한국시간) “올림픽과 유럽프로리그 개막 일정이 겹쳐 각국 축구협회와 클럽이 선수 차출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새 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단 올림픽팀 뿐 아니라 국가대표팀의 선수 차출도 늘 말썽을 빚어왔다. 최근 축구협회 이회택 기술위원장이 “대표팀이 함께 모여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늘려야 국제경쟁력이 강화된다”고 주장해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FIFA와 대한축구협회의 대표 선수 차출 규정이 어떻게 다른 지 알아본다.
○ FIFA 규정
FIFA의 대표 선수 소집 규정에 따르면 각 클럽은 FIFA가 정한 A매치 데이와 월드컵 등 각종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에 선발된 선수를 보내줘야 한다. FIFA가 정한 A매치는 2가지로 나뉜다. 공식 친선전과 유럽선수권 및 월드컵 예선 등 공식 대회 관련 경기다. 각 클럽은 친선전이 벌어지는 A매치 48시간 전, 공식 대회에는 5-6일전 선수를 보내줄 의무가 있다.
또한 월드컵 및 올림픽 본선 등 각종 국제대회를 앞두고는 첫 경기 시작 14일전에 선수를 보내줘야 한다.
올림픽은 FIFA가 규정한 국제대회 중 하나다. 각 클럽은 23세 이하의 선수가 참가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 그러나 와일드카드인 23세 이상 선수에 대한 강제 규정은 없다. 유럽 클럽들이 와일드카드의 차출을 거부할 수 있는 명분도 바로 여기에 있다. 블라터 회장은 올 초부터 클럽들의 협조를 구했지만, 난항이 계속돼 규정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올림픽팀 세부 규정
대한축구협회는 FIFA와 달리 올림픽팀 차출에 대한 항목을 따로 두고 있다. 올림픽팀은 본선 한 달 전부터 소집 훈련을 할 수 있다. 와일드카드도 포함된다. 그러나 해외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예외인데, FIFA 규정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합숙 훈련 도중이라도 대회 15일전까지는 소속팀 경기가 있으면 선수들을 팀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선수들은 K리그 경기 하루 전 오전에 팀으로 돌아가고, 경기를 마친 다음날 오전 다시 대표팀에 복귀해야 한다. 박성화호의 경우 규정대로라면 주말 K리그와 주중 컵대회를 앞두고 선수들을 소속팀으로 복귀시켜야한다.
하지만 프로연맹이 주중 컵대회 일정을 연기해 올림픽호의 훈련시간을 좀 더 주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축구협회 차출 규정
대한축구협회는 2002년 월드컵 이후 국가대표팀 차출 문제로 프로구단과 마찰을 빚자 2003년 규정을 개정했고, 올해 3월 6번째 개정 작업을 거쳐 대표팀 차출 규정을 완성했다. FIFA 규정을 기반으로 국내 실정에 맞도록 한 이른 바 ‘로컬룰’이다.
FIFA 규정과 크게 다른 것은 각 대회별로 차출 규정을 세분화했다는 점이다. 월드컵 본선, 올림픽 본선, 세계청소년선수권(20세 이하 및 17세 이하) 등은 개막일 30일전부터 선수들을 차출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월드컵, 올림픽, 20세 이하 월드컵 등 3개 대회 본선이 열리는 해에 한해 1-2월 중 3주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별도의 보강 훈련이 가능하다.
이미 FIFA 규정 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위원장은 대표팀 의 ‘훈련 시간 부족’을 거론했다. 이에 대해 프로 구단들은 “명분이 없다. 대표 선수 없는 프로리그를 상상할 수 없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협회와 연맹, 프로구단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 놓은 현재의 대표팀 차출 규정을 지켜야한다는 게 프로팀들의 목소리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