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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규제 완화 소식에도 꿈쩍 않는 시장, 기대감은 솔솔

입력 | 2008-07-11 19:20:00


"예전 같으면 정부 발표가 하나 나오면 다음날 문의전화가 쇄도했지만 이제는 꿈쩍도 안 합니다. 용적률 상향 조정 등과 같은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야 재건축 시장이 움직일 겁니다."(서울 강남구 개포동 S공인 사장)

"새 정부가 공약한 재건축 규제 완화가 이제야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시점이 문제일 뿐 규제가 곧 풀리는 건 확실하기 때문에 재건축 수요가 늘어날 겁니다."(서울 강남구 대치동 K공인 사장)

조합원지위양도금지 완화 등 재건축 규제를 일부 풀겠다는 정부 발표가 나온 직후인 11일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의 분위기는 평온했다. 정부가 과거보다 진일보한 재건축 완화 방침을 밝히긴 했지만 정책의 구체성이 떨어진 데다 경제상황이 나빠 재건축 시장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적었다.

반면 강남권 일부 지역에서는 계약을 앞두고 있던 급매물이 회수되는 등 정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고요한 가운데 기대감 솔솔

11일 오후 2시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변에 있는 중개업소 20여 곳 중 절반은 문이 닫혀 있었다. D공인 사장은 "오늘 찾아온 손님은 고사하고 전화문의도 한 통 없었다"며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개포동 주공1단지 주변 S공인 이모 사장은 "어제 정부 발표가 저금리 상황에서 나왔다면 (재건축 시장에) 영향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요즘 같은 고금리 하에서는 어림도 없다"며 평가 절하했다. 개포동 O공인 차모 사장은 "정기국회에서 규제가 완화되는 수위에 따라 가격변동 폭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치동 S공인 사장은 "매수자들은 고(高)금리 때문에 매입을 미루고 있고, 매도자들은 어제 정부 발표로 가격이 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어서 앞으로 거래는 더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개포주공 1단지에서는 11일 오전 43㎡짜리 아파트 한 채가 매매 계약될 예정이었지만 집주인이 매물을 회수하는 바람에 계약이 이뤄지지 못했다. 거래를 중개한 중개업소 사장은 "집주인이 7억3000만 원을 불러서 7억 원 정도에 계약서를 쓰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오늘 아침에 '좀 더 기다리겠다'며 지난주에 내놓은 매물을 거둬갔다"고 전했다.

기대 섞인 전망도 나왔다. 개포동 S공인 김모 사장은 "가격이 고점(高點)이었던 2006년 11월 이후 1억~2억 원 정도 떨어진 매물이 많은데 이번 정부 발표는 재건축 아파트 가격을 반등시키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규제 풀어도 가격 상승폭은 제한적일 듯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상당 폭 완화하면 강남권에서 재건축을 준비 중인 아파트가 일차적인 수혜 대상이 된다. 개포주공이나 은마아파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등의 가격이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이 여파로 최근 가격이 약세였던 강남권의 일반 아파트는 물론 분당신도시 등 강남과 가까운 경기지역의 아파트 값도 요동칠 우려가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경제상황이 나쁜 데다 금리가 높아 재건축 규제가 풀린다고 해서 과거와 같이 '폭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일단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을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설자재 값 급등으로 8일부터 분양가가 2% 가량 오른 데 이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일부 완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으로 민간택지 아파트의 분양가가 오를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주택 수요도 변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분양가가 싼 아파트'를 기다려온 무주택자들이 기존 주택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고, 분양가가 싼 수도권 유망 공공택지에서는 청약경쟁률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이예진(연세대 경영학과 4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