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부터 새 코너 ‘북 링크’가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그 주에 출간된 신간도서 가운데 한 권을 뽑아 주제나 저자 등 책과 연관된 또 다른 책의 네트워크를 구성해 보려 합니다. 오래된 책장의 보석 같은 책들을 다시 꺼내어 보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
◇거인의 추억/정범준 지음/412쪽·1만3800원·실크캐슬
가끔 사람들은 허무맹랑한 생각을 한다. ‘사자랑 호랑이랑 싸우면 누가 이겨?’ ‘로보트 태권V와 마징가Z는 누가 더 세?’ 20세기 한국 야구팬이라면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한다. “최동원과 선동렬이 맞붙으면 누가 승리할까.”
‘거인의 추억’은 야구선수 최동원 씨에 대한 평전이다. 스스로 프로야구팀 롯데 자이언츠의 영원한 팬이라 일컫는 저자가 찾아 모은 최 선수의 야구 일대기가 담겨 있다. 최 선수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 현재까지, 저자는 최동원이란 별을 향해 풀스윙을 휘두른다.
하지만 이 책은 최 선수에게만 비쳐진 스포트라이트는 아니다. “야구 이전에 최동원이 있었고, 최동원 때문에 야구가 있었던” 시절에 대한 추억이 가득하다. 최 선수가 초고교급 선수로 떠오른 1975년은 월남이 패망하고 유제두가 WBA 주니어미들급 챔피언이 되던 해였다. 1983년 그가 롯데에 입단하던 해, 박종환 감독은 청소년축구대표팀을 세계 4강에 올렸고 대한항공 여객기는 소련 전투기 공격에 추락했다. ‘거인의 추억’은 최 선수와 함께 호흡한 시대, 그리고 세대를 향한 오마주가 오롯하다.
미국, 일본과 달리 국내는 야구 스타를 다룬 책이 많지 않다. 하지만 최동원이 있다면 ‘쌍벽’ 선동렬이 없을까. 구하기 쉽진 않지만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이란 평전과 ‘정면으로 승부한다’란 자서전도 나왔다. 1996년엔 메이저리그 진출 1호 박찬호 선수의 자서전 ‘나의 꿈 나의 도전’이, 2004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한국이 4강에 오르자 ‘김인식 리더십’도 출간됐다.
야구하면 떠오르는 전문가들 책도 상당하다. 해설자의 양대 산맥이었던 하일성 KBO 사무총장과 허구연 씨의 책은 여럿 포진해 있다. ‘하일성 없이도 프로야구를 10배 재미있게 즐기는 책’ ‘허구연과 함께 프로야구 10배로 즐기기’란 책을 내 똑같이 열 배를 강조했다. 메이저리그 하면 떠오르는 ‘민기자닷컴’의 민훈기 씨가 쓴 ‘메이저리그 메이저리거’도 추천 도서.
야구를 소재로 한 문학작품도 많다. 국내는 소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말곤 딱히 꼽기 어렵지만 일본은 꽤 많다. 독특한 야구광들을 다룬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와 꼴찌 야구팀 분투기 ‘야구 감독’, 야구를 통한 소년들의 성장기 ‘배터리’ 등이 눈에 띈다.
과학적 시각으로 야구를 들여다본 책들도 있다. ‘야구장으로 간 수학자’는 미국수학협회장을 지낸 저자가 기록 스포츠 야구를 통해 통계와 확률을 설명한 책. 로버트 어데어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가 쓴 ‘야구의 물리학’은 공 궤적이나 배트 스윙 등에서 야구와 물리학을 동시에 설명한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