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그려낸 화가 이야기
◇훈데르트바써/바바라 슈티프 지음·김경연 옮김/96쪽·9800원·현암사(초등 4∼6학년)
프리덴스라이히 훈데르트바서(1928∼2000)가 국내에 소개되기는 처음이다.
열두 살 때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소년 훈데르트바서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전쟁이 끝난 뒤 폐허 속에서 소년은 움트는 새싹들을 발견한다. 자연에 대한 경외와 사랑을 느끼는 순간이다. 꽃과 나무를 오래도록 보고 싶어서 그는 스스로 자연에 대한 그림을 그리게 된다.
이 이야기는 어린이들에게 ‘다르게 산다는 것’에 대해 알려준다. 훈데르트바서가 부모의 소망과 달리 화가가 되기를 선택했던 것은 “자기만의 머리가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저자는 이런 신념을 소개하면서 어린이 독자들에게 신문 사진에서 얼굴을 오려내 당신 사진의 머리 부분에 올려놓으라고, 그렇게 다른 머리가 달린 게 여전히 당신이냐고 묻는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재미난 행위를 통해, 다른 사람의 생각에 따라 살아가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주관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저자는 암시한다.
‘자기만의 머리’로 훈데르트바서가 이룬 일은 놀랍다. 그림 안에 갇혀있지 않은 예술가로서 그는 발 디딘 곳을 기발하고도 예술적으로 바꾸는 데 앞장섰다. 그가 만든 쓰레기 소각장은 뛰어나게 아름다운 건물이어서 오스트리아 빈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그가 만든 아파트는 양파 모양 탑, 똑바르지 않은 선, 타일 모자이크로 이뤄진, 동화에서 막 나온 것 같은 모습이어서 세입자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일생을 들려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다른 생각을 갖고 산다는 것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조화로움에 대해서 생각해보도록 이끈다. 그래서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인문철학서이기도 하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