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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박원재]아파트 미분양 ‘폭탄’

입력 | 2008-07-12 03:00:00


경기 침체로 미분양 아파트가 계속 늘어나자 건설회사들이 아파트를 한 채라도 더 팔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A건설사는 최근 충남 아산시에서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모델하우스 방문객들에게 유명 풍수지리 전문가가 출연한 동영상을 틀어줬다. 재력가들의 집을 골라준다는 풍수 전문가는 “이 아파트에 입주하면 아이들이 명문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며 계약을 권했다. B건설사는 모델하우스에서 영어교실, 캐리커처 그려주기 같은 이벤트를 열고 자가운전 고객에게는 주차대행 서비스까지 해준다. 경기 서북부 지역에서 아파트를 분양한 C건설사는 실적이 신통치 않자 ‘인근에 대규모 개발계획이 잡혀 있다더라’라는 근거 없는 루머를 퍼뜨렸다.

▷3월 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13만1757채로 외환위기 때보다도 30%가량 많다. 전문가들은 건설회사들이 신고하지 않은 물량까지 포함하면 두 배인 25만 채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미분양으로 묶인 자금이 60조 원이나 된다는 분석도 있다. 건설회사들은 미분양 실태가 알려지면 금융권의 자금 회수 압박이 심해지고 회사 이미지도 나빠진다고 생각해 공개를 꺼린다.

▷일부 업체는 미분양 물량을 부동산 펀드회사 등에 분양가보다 30% 이상 싼값에 통째로 넘기는 ‘눈물의 아파트 땡 처리’에 나서고 있지만 형편이 쉽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올해 들어 6월까지 부도가 난 건설회사는 180곳으로 작년 상반기의 125곳보다 44.9% 늘었다. 하루에 1개사꼴로 문을 닫은 셈이다. 그룹 계열의 몇몇 대형사를 빼면 상당수 업체가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정부가 지난달 취득·등록세 인하를 골자로 한 ‘미분양 해소 대책’을 내놓았지만 한 달 동안 한 채도 안 팔린 현장이 수두룩할 정도로 효과가 미미하다. 주택 경기 호황만 믿고 무리하게 아파트를 지으면서 분양가를 높게 책정한 건설사들이 자초한 면이 크다. 지금은 분양가를 낮추자니 기존 계약자들의 반발이 걱정이고, 제값을 받자니 구입자가 없는 형국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어제 국회 연설에서 ‘부동산 시장의 심각한 거래 위축’을 걱정하며 ‘가격 안정과 거래 활성화’를 동시에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문제는 수단이다.

박원재 논설위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