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식품안전 종합대책’ 발표
“먹을거리로 장난 못치게” 식품위해사범 최소 3년형
2012년까지 가공식품 95% 안전인증 업소에서 생산
식품 정보센터 신설… 소비자 감시단 4만명으로 늘려
2010년부터 수입 쇠고기도 유통단계별로 이동 경로를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가동된다.
또 정부가 식품안전을 인증하는 ‘안전식품 제조업소 인증제(HACCP)’가 2012년까지 전 식품의 95%로 확대된다.
정부는 11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식품안전종합대책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식품안전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종합대책은 논란 중인 식품집단소송제를 제외하면 식품 안전을 위해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대책과 규제가 망라돼 있다. 제대로만 적용되면 정부의 목표대로 국내 식품 안전 관리가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수준으로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행 과정에서 정부의 대책 실천 의지와 현장에서의 관리감독 능력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에는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수입 쇠고기도 유통경로 추적
정부는 다음 달까지 축산물가공처리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수입육을 가공·판매하는 업체가 고기를 팔 때 거래명세서를 의무적으로 작성해서 구매자에게 주도록 의무화하도록 했다.
한우의 경우 내년 6월까지 생산이력이 담긴 귀표 부착 작업이 완료되면 이력을 추적할 수 있지만 수입 쇠고기는 유통경로 추적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더구나 지난주부터 모든 음식점으로 원산지 표시제가 확대된 만큼 위반사례가 발견됐을 때 거래명세서를 근거로 유통단계별로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릴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정부는 2010년부터 수입 축산물에 대해 무선인식(RFID)이나 바코드 기술을 활용한 유통경로시스템을 가동할 계획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일반 소비자도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바코드를 직접 찍어보고 제품의 이력을 살핀 후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 HACCP 확대로 이물질 사고 차단
최근 연이어 터진 식품 이물질 사고와 관련해 정부는 ‘안전식품 제조업소 인증제(HACCP)’를 강화하고 식품안전정보센터를 신설하는 등 식품 안전을 위한 구체적인 제도를 마련했다.
현재 국내 가공식품 가운데 HACCP 기준에 맞춰 생산하는 품목 수는 전체 30% 수준이다. 정부는 2012년까지 HACCP 인증 대상 품목을 95%로 늘려 사실상 모든 가공식품으로 확대한다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또 내년 6월 식품안전정보센터를 신설해 광우병, 유전자변형식품(GMO) 등 최근 논란이 됐던 사안과 관련해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할 방침이다. MBC PD수첩의 보도로 다우너 소(주저앉는 소)와 광우병 소가 혼동됐던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상습적이고 고의적인 식품위해사범에 대해서는 최소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고 위해식품을 팔아 챙긴 이득은 2∼5배로 환수하는 등 처벌 규정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 국민 참여 대폭 늘리기로
국민의 참여를 확대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소비자가 직접 식품 가공현장 감시 및 단속에 참여할 수 있도록 소비자단체 중심의 소비자 탐사대를 꾸리고 학부모, 소비자 및 생산자 단체가 참여하는 소비자 명예감시단을 현 2만9000여 명에서 4만 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와 함께 식품사고로 피해를 본 소비자는 해당 업소에 위생검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피해자 20명이 함께 요청할 경우 해당 업소에 위생검사를 실시해 검사 결과를 언론에 공개키로 했다.
빈번한 식중독 사고 예방을 위해 식중독 발생 주요 원인인 노로바이러스를 집중 관리하고 학교급식 환경을 개선해 식중독 발생을 2012년까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곽동경 교수는 “영세한 규모의 식품업체에 대해서도 이번 대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처벌보다는 구체적인 시설 지원과 교육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식품안전 종합대책 주요 내용
―2012년까지 가공식품의 95%를 안전식품 제조업소 인증제(HACCP) 적용업소에서 생산
―유해물질 안전기준을 1638개에서 2010년 1882개로 확대
―우수농산물관리제도(GAP) 적용 농산물 비율을 1%에서 2012년 10%로 확대
―12월 쇠고기 이력추적제 법률 시행
―연말까지 기립불능소 포함 약 1만 마리 소 광우병 검사
―소비자단체 중심의 소비자탐사대(100명) 구성해 이슈 발굴
―식품안전 정책 수립, 현장 점검에 참관하는 국민참관인을 20명에서 100명으로 확대
―소비자 명예감시원 2만9000명에서 4만 명으로 확대
―광우병, 유전자변형농산물(GMO) 등 식품안전정보를 제공하는 식품안전정보센터 운영
―범정부 식중독 종합대응협의체 운영
―노로바이러스 집중관리해 식중독 발생 비율을 20%에서 2010년 10%로 감소
―10년 이상 노후 급식시설 현대화 지원
―우수 어린이 기호식품에 녹색표시제 도입
―8월부터 수입 육류 거래명세서 의무화
―수입 육류 유통단계별 이동경로 추적시스템 도입
―중대한 식품위해사범에 최소 3년 이상의 징역형 및 영업장 폐쇄
―불량식품 판매 이익의 2∼5배에 해당하는 금액 환수
▼관리-감시에 달렸다▼
식품업계 “취지 - 내용 대체로 공감”
정부가 식품 안전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내놓은 식품안전 종합대책은 비교적 내용이 충실하지만 정부가 제대로 실행해 식품 안전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게 관련업계와 소비자단체의 지적이다.
‘불량만두’ 파동을 겪은 2004년 6월과 ‘중국산 기생충 알 김치’가 문제가 됐던 2005년 12월에도 정부는 종합대책을 내놓은 바 있으나 이후에도 식품 관련 사고들은 계속됐다. 그만큼 제도를 이행할 정부의 실질적인 현장 관리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식품업계는 종합대책의 취지와 내용에 대체로 공감한다는 반응이다. 참살이(웰빙) 열풍으로 식품 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눈이 높아진 데다 최근 식품 이물질 사고가 잇따르면서 회사별로 식품 안전 시스템을 강화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2012년에는 협력회사들이 생산하는 제품들까지 안전식품 제조업소 인증제(HACCP)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협력회사들을 대상으로 식품 안전 교육을 실시하는 등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제품의 산지에서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소비자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생산이력정보제도를 최근 도입했다”며 “이를 전 제품군으로 확대하는 등 식품 안전시스템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현재 2만9000명인 소비자 명예감시원을 4만 명 수준으로 확대하는 등 식품안전 관리에 국민의 참여를 늘리기로 했다. 식품안전정책 수립이나 현장 점검을 함께하는 ‘국민참관인’은 현재의 20명에서 100명으로 늘어난다.
한국소비자연맹 강정화 사무총장은 “정부의 행정인력만으로는 식품안전 전반을 관리하는 게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국민을 참여시키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국민의 역할이 수동적인 수준에 그치지 않도록 정부가 국민 의견을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식품회사 관계자는 “대책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소비자 감시원이 늘어나면 기업의 부담이 너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