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익 반발로 국정장악력 완전 상실하느니
한일관계 악화 감수하고 지지율 회복 노려
직접적 표현 피하면서 영토분쟁화 속셈도
일본 정부는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발표하면서 한국을 최대한 배려했다고 생색을 냈다. 또 해설서를 발표하는 당일까지도 당정회의를 갖는 등 검토와 고민을 거듭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러나 표현만 약간 에둘러 했을 뿐 ‘일본 땅인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취지의 기술을 당초 계획대로 해설서에 집어넣는 결과가 나왔다.
‘아시아 중시 외교’를 간판 정책으로 내건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 정권이 한국 정부의 반발을 뻔히 예상하면서 이 같은 도발을 감행한 속내는 무엇일까.
단기적으로는 ‘지지율 떠받치기’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가뜩이나 지지율이 바닥을 기는 상황에서 우익세력의 집단적인 반발을 사 국정장악력을 완전히 상실하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한국과의 관계 악화를 감수했다는 해석이다.
장기적인 의도는 독도 영유권 확보를 위한 발판 마련이다. 독도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은 치밀한 계획표에 따라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인상을 짙게 나타낸다.
일본은 고교 교과서 왜곡→중학교 교과서 왜곡→고교 교과서 개악→외무성 홈페이지 개악→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 왜곡이란 순서로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의 폭을 넓히고 표현의 수위를 높여 왔다.
학습지도요령 해설서 왜곡은 정치 환경 변화에 따른 우발적인 행동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표에 따른 계산된 행동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문부과학성이 다음번 중학교 교과서를 검정할 때는 민간출판사들에 ‘한국이 일본의 고유 영토인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표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식으로 표현하도록 압력을 가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한국이 반발하는 것조차도 일본으로서는 손해라고 보기 어렵다.
한 외교소식통은 “일본의 1차 목표는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국제사회에 인식시키는 것”이라면서 “한국이 크게 반발할수록 일본의 계산이 맞아 떨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뻔히 알면서도 일본의 도발을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 한국의 딜레마”라고 덧붙였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