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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국내 첫 BIP 10주년 이끈 서울여대 이광자 총장

입력 | 2008-07-15 02:51:00


“코리아 배우자” 외국학생- 교수 신청 넘치죠

《“봉사를 실천하고 공동체를 가꾸는 설립 정신이 학교 발전의 밑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바롬국제프로그램(BIP)’이나 스웰(Swell) 등 서울여대가 개척한 프로그램을 다른 대학들도 벤치마킹하고 싶어 합니다.” 2001년부터 학교를 이끌어 오고 있는 이광자(65) 서울여대 총장은 서울여대의 저력은 실력과 원칙을 중시하는 학교의 전통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11일 서울여대 총장실에서 만난 이 총장은 국내 최초로 교환학생들끼리 합숙을 하며 한국을 공부하는 BIP를 만들어 10년간 튼실하게 다져온 비결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원칙과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서울여대를 고유한 특징이 살아 있는 대학, 알차고 강한 대학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1961년 대한예수교장로회가 설립한 서울여대는 초대 학장인 바ㅱ 고황경 박사의 호를 딴 ‘바롬 교육’을 표방하며 인성 교육을 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여성의 사회 참여와 봉사를 통한 사회 발전을 강조하는 서울여대는 개교 50주년이 되는 2011년에 대비해 바롬교양대학을 설립하고 아름다운 캠퍼스 만들기 마스터플랜을 구축하는 등 7대 핵심 비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여대가 BIP를 시작한 1999년만 하더라도 국제화라는 단어가 생소하던 시기였습니다.

“당시에는 국제화에 앞서 세계화라는 단어가 화두였죠. 외국 대학과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진 대학들은 있었지만 우리 학생을 내보내는 데 신경을 쓰던 시절입니다. 우리는 국내 최초로 학생을 대등하게 교환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죠. 이른바 ‘페어 익스체인지(fair exchange)’의 효시입니다.”

이 총장은 더욱 우수한 대학과 교환협정을 맺고 파견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각국의 대학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계속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년 BIP에 지원하는 외국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하던데요.

“처음에는 한국에 오려는 학생이 없어서 고전했습니다. 하지만 1년 중 10개월을 BIP 준비에 쏟고 각 분야의 최고 강사를 초빙해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인 끝에 지금은 신청자가 넘칩니다. 해당 대학이 BIP를 정식 학점으로 인정해 주기도 합니다. 학생뿐만 아니라 학생 지도자 자격으로 참여하려는 교수도 점차 늘어 교수끼리 경쟁하는 대학도 있을 정도입니다.”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된 올해 BIP에는 미국과 뉴질랜드 등에서 학생 54명과 교수 9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서울여대 내 BIP 전용 빌딩인 바롬교육센터에서 가을에 상대편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파견될 서울여대생 59명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오전에는 시사성 높은 이슈를 주제로 한 전문가의 영어 강의를 듣고, 오후에는 조별 토론 등을 통해 한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

10주년을 맞은 올해는 북한 문제에 초점을 맞춰 탈북자 초청 강연, 병영 체험, 판문점 방문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BIP뿐만 아니라 서울여대의 스웰도 유명합니다.

“스웰은 학기 중에는 매주 14시간씩 12주 동안, 방학 중에는 40일간 합숙을 하면서 영어로만 말하고 배우는 강도 높은 교육이죠. 8단계에 걸쳐 자격증을 주는데 영어 업무처리 능력 향상 등에 큰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합숙 기간에는 술이나 컴퓨터는 물론 휴대전화도 절대 쓰면 안 됩니다. 프로그램 종료 직전에 휴대전화를 쓰다 적발되는 학생도 가끔 있는데 안타깝지만 퇴소 처리를 합니다. 원칙의 중요성을 가르치기 위해서죠.”

―서울여대가 영어 교육에 특히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국내 최초의 여성 학술원 회원인 고황경 박사가 서울여대를 설립한 이유는 농촌 여성 지도자 육성이었습니다. 지도자가 되려면 24시간 강도 높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이념에 따라 모든 학생이 기숙을 하면서 국내 최초의 영어 실습실에서 매일 저녁 2시간씩 영어 공부를 했죠. 이후 사회 변화에 따라 농촌 봉사, 산업화 봉사, 지식정보 봉사 등을 이어가면서도 공동체 교육과 영어 교육을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이 정신 덕분에 독특한 교육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이 총장은 “먼저 인간이 바로 돼야 지식과 기술도 익힐 수 있다는 교육 이념에 따라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다”며 “앞으로는 형편이 어려운 나라의 대학원생들도 적극 유치해 무상으로 교육하는 등 국제적인 봉사와 교육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이광자 총장:

△1943년 서울 출생

△1961년 서울 이화여고 졸업

△1965년 서울여대 사회학과 졸업

△1971년 미국 켄트주립대 사회학 석사

△1971년∼ 서울여대 사회과학대 교수

△1988년 연세대 문학박사

△1998∼2000년 서울여대 사회복지대학 원 원장

△2001년∼ 서울여대 제4, 5대 총장

△2004∼2007년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

△2008년∼ 사립대학총장협의회 부회장

바롬국제프로그램(Bahrom International Program)

서울여대가 국제화 교육을 위해 1999년 시작한 교류 프로그램. 매년 여름방학에 서울여대와 교환협정을 맺은 영어권 대학의 학생들이 서울여대를 찾아 교환학생으로 선발된 학생들과 4주간 합숙하면서 영어로 한국을 공부하게 된다. 2학기에는 반대로 교환학생으로 선발된 학생들이 같이 합숙했던 외국 학생 소속 대학에 파견된다. 12개국 53개 대학과 교환협정을 맺어 지금까지 외국 학생 및 교수 398명과 서울여대생 388명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