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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부]컴퓨터에 빠진 아이…‘게임의 룰’ 만들어 줘라

입력 | 2008-07-15 02:51:00


시간-요일 정하거나 ‘일기’ 쓰게 하는 등 규칙 필요

주부 이모(36·서울 강남구 대치동) 씨는 엄마가 들어오는 소리도 듣지 못한 채 자신의 방에서 컴퓨터 게임에 몰입하고 있는 11세 아들 동혁(가명)을 보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를 ‘꽥’ 지른 정 씨는 컴퓨터를 아예 거실로 옮겨버렸다. 컴퓨터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학원도 한 군데 더 보냈다.

동혁이가 컴퓨터 앞에 앉아 보내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어들자 정 씨는 내심 안심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데서 터졌다. 옆집 엄마의 전화 한 통. “동혁이가 매일 우리 집에서 컴퓨터 해요!”

자녀의 컴퓨터 사용을 막기 위해서 부모가 가장 흔히 쓰는 방법은 컴퓨터 전원 끄기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엄마가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아침마다 마우스를 뽑아 가방에 넣고 출근하면 자녀는 용돈을 모아 마우스를 사버리기 때문이다.

부모의 심한 잔소리도 역효과를 내기는 마찬가지다. 집에서 컴퓨터를 하지 못하게 된 자녀는 친구의 집, PC방을 전전하거나 동네 도서관 컴퓨터실까지 찾아가 기어코 컴퓨터에 대한 욕망을 채운다. 등하굣길에 사용하라고 충전해 준 교통카드로 PC방 이용료를 결제하거나 심지어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는 경우도 생긴다. 그리고 이렇게 ‘하고송’을 부를지도 모른다. “엄마 있으면 옆집가면 되고, 12시 넘어 몰컴(몰래 컴퓨터 하기)하면 되고, 돈 있을 땐 PC방 가면 되고, 생각대로 하면 되고∼”

문제는 또 있다. 온라인 세상은 전원을 꺼도 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온라인 게임을 예로 들어보자. 온라인 게임에서는 팀으로 게임(일명 ‘파티’)을 했을 경우 같은 시간 혼자 게임을 했을 때보다 4배 이상 고득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선 ‘파생파사(파티에 살고 파티에 죽는다)’가 유행이다.

한창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자녀를 보고 울컥 화가 치밀어 코드를 뽑아버린다면 자녀가 예상치 못한 곤란에 빠질 수도 있다. ‘파티’를 하고 있던 자녀가 갑자기 팀에서 빠져버리면 전력에 손실이 생긴 팀은 게임에서 지게 되고, 팀원들은 각고의 노력으로 득템(아이템을 얻는다는 뜻)한 장비들을 잃게 된다. 이 책임은 고스란히 자녀에게 돌아오게 되고, 자녀는 부모 때문에 뜻하지 않게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컴퓨터 사용 문제를 놓고 부모와 자녀가 벌이는 팽팽한 줄다리기는 끝이 없어 보인다. 컴퓨터 없이 하루도 살 수 없는 자녀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컴퓨터를 없애는 가정도 적지 않다. 하루도 맘 편할 날 없는 자녀와의 컴퓨터 전쟁에서 슬기롭게 이기는 방법은 없을까?

○ 컴퓨터 사용 시간·요일 정하기

부모의 무조건적인 컴퓨터 금지령은 자녀의 반발심을 유발할 수 있다. 부모와 자녀가 대화를 통해 컴퓨터 사용에 대한 규칙을 함께 정하는 것이 좋다. 먼저 컴퓨터를 사용할 요일과 시간을 결정한다. ‘수요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40분 동안’과 같이 구체적으로 정하는 게 좋다. 일정 사용시간이 지나면 전원이 자동으로 꺼지는 프로그램을 설치해 두는 것도 방법이다.

○ 상벌제도를 ‘협상’하라

컴퓨터 사용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상벌제도를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사용 지침을 잘 지켰을 땐 적당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 컴퓨터를 스스로 껐을 때 칭찬해 주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지침을 어겼을 땐 벌로 ‘컴퓨터 금식’을 시킨다. 자녀가 사용시간을 넘기고도 컴퓨터를 끄지 않는다면 일단 그만둘 때까지 기다린 뒤 초과 시간만큼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다.

○ 자녀의 컴퓨터 사용을 모니터링하라

부모가 곁에서 지켜봐 줄 시간이 있다면 컴퓨터를 사용할 때마다 ‘일기’를 쓰도록 지도해 보자. 일기엔 컴퓨터 사용 목적, 시작한 시간과 끝낸 시간, 이용한 프로그램 또는 게임명, 느낀 점을 쓰도록 한다. 다 쓴 후엔 부모가 사인해 준다. 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은 “부모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 자녀는 접속하는 사이트나 사용 시간에 더 주의하게 된다”고 말했다.

옆에서 지켜봐 줄 수 없는 부모라면 ‘컴퓨터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이용하도록 한다. 이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내려받으면 부모는 자녀가 어떤 사이트에 접속했는지, 어떤 게임을 얼마 동안 이용했는지 등을 휴대전화 문자로 받아 볼 수 있다.

놀이미디어교육센터 홈페이지(www.gamemedia.or.kr) 또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www.kiscom.or.kr) 홈페이지에서 프로그램을 내려받을 수 있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