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도발을 할 때만 독도가 우리 영토임을 주장하기 보다는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인 전담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에 대항하기 위해 독도 문제에 관한 여론을 환기시키고 관련 연구를 진행할 독립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 상황 =현재 정부 내에 독도 문제를 담당하는 부서는 교육과학기술부, 외교통상부, 국토해양부 등으로 나뉘어 있다. 지난 2005년 일본의 후소샤 역사 왜곡 교과서 파동 때 ‘범정부대책반’ 이 구성되고 교육인적자원부 실무지원팀이 꾸려져 한일 시민단체들과 함께 홍보 활동을 벌여 후소샤 교과서 채택을 현저하게 낮춘 성과를 얻은 바 있으나 지금은 해체되고 없다.
교과부는 지난해 동북아역사문제 대책팀을 신설하기도 했으나, 새 정부 들어 옛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가 통합돼 교육과학기술부로 직제가 개편되면서 폐지됐다. 대신 교육과정기획과 안에 역사왜곡대책팀이 남아 있으나 연구사 한 명만이 자리를 지키는 실정.
산하 기관인 ‘동북아역사재단’ 의 제 3연구실에서 일본 역사 왜곡에 대해 집중 마크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재단이 주로 하는 일은 학술제와 시민홍보이다. 이번에도 재단은 ‘일본 역사 교과서 왜곡 대응방안 모색’ 세미나를 열고 일본을 규탄하는 한편, 해외 유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한 독도 아카데미(7월18일~8월1일), 청소년 독도캠프 (8.13~8.15)를 마련했다.
국토해양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산하 독도연구센터는 해양 정책 차원에서 독도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늦었지만 올 하반기에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내용의 영문 보고서를 전 세계 한국학 학자들에게 배포할 예정이다. 정부가 독도 관련 보고서를 만들어 배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국정홍보처가 독도 관련 영문판 발간을 추진했다가 부처 폐지로 중단됐다.
외교통상부에서는 별도의 조직은 없고 동북아시아국 일본과에서 독도 문제도 함께 다루는 실정이다. 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 독도가 소개되는 정도 외엔 별다른 활동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일본 정부 상황 =반면 일본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각각 독도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등 독도 영유권 주장이 점점 조직화·체계화되고 있다.
일본은 2005년 시마네현(島根)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 제정과 ‘다케시마문제연구회’ 설립으로 독도 문제를 크게 이슈화 했다.
일본의 모든 독도 연구는 다케시마문제연구회를 중심으로 추진됐다. 여기에 시마네현다케시마문제해결촉진협의회, 다케시마북방영토반환요구운동시마네현민회의, 다케시마영토권확립현의회의원연맹 등이 협력해 활동을 해왔다. 당초 2년을 시한으로 설립된 이 연구회는 현재 웹 다케시마 문제 연구소로 이름을 바꿔달고 인터넷을 통한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시마네현 교육위는 최근까지 문부과학성의 학습지도 요령에 독도 문제를 명시할 것을 꾸준히 요구해 관철 시켰다.
2006년에는 시마네현 외에도 돗토리현에서도 독도 영토권 확립을 위한 의원연맹이 발족되는 등 지방정부 차원의 공세도 강화되는 실정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외무성 홈페이지에 독도관련 기본입장을 국문, 영문, 일문으로 공개 하고 있으며, 10여년 전부터 미국국립문서보관소에 자료 수집팀(5명)을 보내어 비밀해제된 자료를 지속적으로 수집, 정리, 연구, 분석하고 있다.
이미 일본 정부는 지난 1968년부터 매년 정부 공식문서인 국토면적 통계 연보에 우리 땅 독도를 국토 면적에 포함시켰다. 시마네현 오키군 오키노시마초 면적에 독도가 포함됐다는 내용을 매년 통계연보에 기입해 넣는 방식으로 자국의 영토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최근 3년새 영어권 인터넷 사이트에서 독도와 다케시마를 병기하는 곳이 135배 이상 늘어난 것(반크 집계)도 이 같은 일본의 다각적인 홍보활동의 결과라는 분석이다.
◇“독도 문제 총괄 독립기구 절실”=이와 관련해 남상기 독도본부 사무국장은 “흩어져 있는 독도 관련 연구 성과를 한 데 모으고, 일본의 치밀한 전략에 맞서기 위해서 정부 차원의 독립 기구가 대통령 직속 하에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데 안주해서는 안된다”며 “국제 재판 회부를 가정해 우리나라도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연구 기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영상취재 : 이훈구 기자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