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완공될 포뮬러원(F1) 국제자동차경주장 건설 현장. 2010년 10월 전남 영암군 삼호읍에서는 ‘꿈의 레이스’로 불리는 F1 코리아 그랑프리가 열린다. 영암=박영철 기자
‘꿈의 레이스’ F1 타고 서남해안 관광개발 질주
《14일 전남 영암군 삼호읍 간척지. 영암호 옆 벌판 곳곳에서 지하수를 빼내기 위해 플라스틱 파일을 박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토사와 자갈을 실은 대형 트럭들도 분주히 움직였다. 지난해 11월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 포뮬러원(F1) 국제자동차경주장 건설 현장이다. 현재 공정은 23%. 연약지반 처리 공사가 끝나는 10월부터는 경주장 스탠드 등 건축공사도 시작된다. 예정대로 공사가 진행된다면 2010년 4월 완공돼 위용을 드러낸다. 같은 해 10월 ‘꿈의 레이스’로 불리는 F1 코리아 그랑프리가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가칭)에서 펼쳐진다.》
○ F1이 전남의 미래를 바꾼다
F1 사업은 전남의 관광 패러다임을 바꿀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J프로젝트) 개발사업을 이끄는 선도적인 사업이다. 2006년 10월 대회를 유치한 전남도는 2010년부터 7년간 매년 대회를 치른다.
간척지 등 4.3km²에는 F1 트랙(길이 5.615km)과 상설 트랙(3.047km), 12만 석의 관람석, 컨트롤타워, 레이싱팀이 사용하는 피트 빌딩, 부대시설이 들어선다. 트랙 길이가 아시아지역 F1 그랑프리 경주장 가운데 가장 길다.
사업비 3400억 원은 KAVO(Korea Auto Valley Operation)가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통해 조달한다. KAVO는 전남도와 민간기업이 함께 만든 F1 대회 운영법인이다. 최근 KAVO에 SK건설, 신한은행, 농협중앙회, 광주은행 등이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전남도는 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정완 전남도 F1지원과 홍보담당은 “투자자 지분 구조를 개편하고 600억 원의 자기자본을 확보한 데 이어 금융기관이 주축이 돼 사업 재원 조달을 본격 추진하면서 대회 준비에 탄력이 붙었다”고 말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은 7년간 F1 개최 파급효과로 생산유발 1조8000억 원, 부가가치 8600억 원을 비롯해 고용유발효과가 1만8000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 F1지원법 제정이 관건
F1은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힌다. 해마다 17, 18개국을 순회하면서 대회를 치러 연간 400만 명이 직접 관람하고 184개국에서 TV로 중계해 6억 명 이상이 시청하고 있다.
F1대회는 낙후된 전남이 서남해안 관광거점으로 부상하는 절호의 기회이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국유지인 F1 경주장 용지 우선 사용 승낙 외에는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남도는 월드컵이나 올림픽, 유니버시아드대회 때 정부가 특별법을 통해 지원했고 F1대회를 개최하는 국가들이 정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상업성을 이유로 국제 대회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모터스포츠 컨설턴트인 안톤 숄츠(조선대 전임강사) 씨는 “전남도와 같은 민관합작 형태로 F1대회를 치르는 모나코는 대회 성공 개최와 운영을 위해 국가모터스포츠기구가 직접 대회를 운영하고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국고 지원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17대 국회 때 특별법 제정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18대 국회가 개원하자 전남도는 ‘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 지원법’으로 이름을 바꾸고 법안도 보완했다. 현재 여야 의원 52명에게서 서명을 받아 입법 발의를 준비 중이다.
지원법안은 대회조직위원회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인가를 받아 설립하고 정부로부터 대회 관련 시설비와 개최권료 등을 지원받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전남도는 지원법이 제정되면 우선 2.78km에 이르는 경주장 진입도로 공사비 250억 원을 정부에 요청하고 국토해양부 ‘스마트 하이웨이사업’과 연계해 광양∼목포 고속도로의 일부 구간을 속도 무제한 도로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경주장 인근에 모터스포츠 연구개발센터와 교육기관을 건립하고 친환경 자동차 부품생산 직접화 단지를 조성하는 등 F1대회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영암=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철 기자
▼ “자동차산업 중심지 도약 계기될 것” ▼
윤진보(52·사진) 전남도 F1대회준비기획단장은 14일 “F1 대회는 전남의 경제 활성화는 물론이고 국내 자동차 산업 발전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단장은 전남도가 2010 코리아 그랑프리를 유치한 2006년부터 F1지원과장을 맡아 F1대회가 열린 6개국을 방문해 대회 준비와 운영 상황을 살펴봤다.
그는 “정부 주도로 2005년 첫 대회를 개최한 바레인은 투자액의 7배가 넘는 10억 달러의 경제효과를 거뒀다”며 “2010년 코리아 그랑프리의 성공 개최를 위해 중앙정부가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F1대회를 개최하는 18개국 가운데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대회를 지원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 말레이시아, 헝가리, 호주, 스페인, 브라질 등 12개국.
윤 단장은 “F1대회는 단순한 모터스포츠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며 “자동차 경주라는 스포츠 제전 못지않게 세계 일류 기업들의 마케팅 열기가 뜨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F1대회에 스폰서 자격으로 참가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은 300여 개. 이들 기업은 한 해 2조 원을 마케팅 비용으로 쏟아 붓고 있다.
세계적인 컨설팅업체 딜로이트는 지난해 17차례 열린 F1 그랑프리를 통해 얻은 총수입이 3조9000억 원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축구)가 올린 수익 3조 원을 뛰어넘는 액수다.
윤 단장은 “광역자치단체 중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전남이 어렵게 F1대회를 유치한 만큼 정부 재정 지원과 함께 성공 개최를 위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철 기자
▼ “F1 흥행몰이… 경제-문화 확 바꿨다” ▼
포뮬러원(F1) 대회 아시아지역 그랑프리의 첫 스타트를 끊는 곳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세팡 서킷이다. 쿠알라룸푸르 시내에서 60km 떨어진 곳에 있다.
말레이시아는 일찌감치 F1의 시장성과 파급효과에 눈을 떴다. 마하티르 빈 모하맛 전 총리가 자동차산업을 육성하고 F1 대회를 통해 역동적인 국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1999년 첫 대회를 열었다. 이후 두 차례 계약을 연장해 2015년까지 개최권을 갖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경주장 건설비용(8000만 달러)과 개최권료를 정부가 부담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동차 메이커와 광고회사를 비롯한 많은 스폰서가 운영비용 대부분을 대고 있다.
3월 21일부터 사흘간 열린 올해 대회 입장객은 23만5000여 명. 이 중 40%가 외국인 입장객이었다. F1 대회 운영을 위한 직접 고용자도 3000여 명으로 웬만한 대기업의 고용효과에 버금가는 수치다.
세팡 경주장은 1년 365일 가운데 300일이 F1 대회의 흥행몰이를 위한 준비행사들로 채워진다. 배기량 500cc의 모터사이클 그랑프리, 저팬그랜드투어챔피언십(JGTC) 등 다양한 대회를 개최한다. 대회가 없는 날에는 국내 자동차사의 주행 테스트, 모터스포츠 애호가들이 즐기는 스포츠 드라이빙, 자동차 교육장 등으로 활용하면서 연간 10억 달러(약 1조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F1 효과는 대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쿠알라룸푸르 시내 대형 백화점과 쇼핑몰은 F1을 구경하러 온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대대적인 ‘그랑프리 세일’을 벌인다.
말레이시아의 ‘강남’으로 불리는 부킷빈탕 거리에서는 패션쇼와 음악 페스티벌이 대회 기간 내내 펼쳐지고 결승전 전날에는 페라리가 주최하는 댄스파티가 열린다.
F1 대회는 단순한 자동차 경주가 아니라 말레이시아의 경제와 문화를 바꿨다는 게 현지 F1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 동영상 제공 : 전남 도청 F1 지원과
▲ 동영상 제공 : 전남 도청 F1 지원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