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하늘
고풍스러운 城-자연경관 ‘건축박물관’ 체코서 촬영
영화 ‘원티드’에서 주인공 웨슬리(제임스 매커보이)는 적의 총알을 만든 사람을 찾기 위해 체코 동부 모라비아 지방의 고성(古城)으로 떠납니다. 이 작품은 그곳에서 암살조직 ‘결사단’이 탄생한 것으로 설정했습니다.
영화는 초반부에 등장하는 도로 추격전의 촬영 장소인 미국 시카고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스크린에 등장하는 주요 장면의 배경은 대개 체코입니다.
추격전 바로 다음 장면에 나오는 결사단 본부는 1956년에 폐쇄된 프라하의 설탕공장을 개조한 건물입니다. 웨슬리가 본부를 뛰쳐나가 회사에 잠깐 다녀오는 부분은 사실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촬영된 셈이죠. 영화의 원작인 마크 밀러의 만화에서 결사단 대신 나오는 ‘초악당’ 본부는 뉴욕에 있습니다.
러시아 출신 티무르 베크맘베토프 감독은 왜 굳이 원작에 없는 체코로 갔을까요.
체코는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고풍스러운 건물이 많아 영화 촬영 장소로 인기가 높습니다. 로마네스크와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아르누보, 포스트모던 등 다양한 양식의 건물이 들어선 수도 프라하는 역사물과 현대물 등 다양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의 배경이 됐습니다.
체코 출신 밀로시 포르만 감독은 오스트리아 사람 모차르트를 모라비아와 프라하로 데려와 ‘아마데우스’(1984년)를 찍었습니다. 17세기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모라비아 크로메리츠 성과 정원이 작품의 배경이 됐습니다. 바로크 스타일은 인간의 이성을 강조한 르네상스의 반작용으로 나타났죠. 영국 콘월 출신 원탁의 기사와 아일랜드 공주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트리스탄&이졸데’(2006년)도 체코에서 만들어졌습니다. 현대물로는 1996년 ‘미션 임파서블’ 1편과 2006년 ‘007 카지노 로얄’이 있습니다. 올해만 해도 원티드 외에 ‘점퍼’ ‘나니아 연대기: 캐스피언 왕자’와 같은 굵직한 영화들이 체코를 선택했습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