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사진) 전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저가로 발행하게 한 뒤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에게 넘기도록 해 경영권을 불법 승계했다는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또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저가 발행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나 면소(免訴)됐다. 차명 주식거래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포탈 혐의와 주식 변동 상황을 보고하지 않은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에만 유죄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인 에버랜드 CB 관련 배임 혐의에 대해 “에버랜드 CB는 기존 주주였던 삼성 계열사들에 대한 주주 배정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며 “계열사들이 인수권을 부여받고도 실권한 이상 그로 인해 계열사들이 스스로 초래한 손해를 에버랜드에 대한 배임죄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무죄 선고 배경을 밝혔다.
이 전 회장과 함께 기소된 이학수 전 부회장에게는 2003∼2004년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40억 원이 선고됐고, 2005∼2007년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5년, 벌금 600억 원이 선고됐다.
김인주 전 전략기획실 사장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740억 원이, 최광해 삼성전자 부사장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00억 원이 각각 선고됐다.
에버랜드 CB 저가발행 혐의로 기소된 현명관 전 비서실장과 유석렬 삼성카드 대표이사는 무죄, 삼성SDS BW 저가발행 혐의로 기소된 김홍기 전 삼성SDS 대표이사, 박주원 전 삼성SDS 경영지원실장은 면소 판결을 각각 받았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