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세 고지서를 받아든 중산층의 얼굴에 시름이 깊다. 소득이 줄고 물가가 올라 생활고가 힘겨운데 재산세가 껑충 뛰었다. 서울 강남을 비롯한 ‘버블 세븐’ 지역은 집값이 떨어졌는데도 재산세가 50% 오른 지역이 많다. 노무현 정부는 ‘세금폭탄’을 만들면서 급격한 세 부담 증가를 막기 위해 한 해 재산세가 50% 이상 오르지 못하게 하는 상한선을 두었다. 이 덕에 집값이 갑자기 뛴 작년 같은 해는 덕을 보았지만, 올해는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떨어졌는데도 재산세는 상한선인 50%까지 오른 것이다.
▷공동주택(아파트)의 경우 작년까지 공시가격의 50%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겼으나 이 비율이 올해부터 매년 5%씩 올라 2017년에 100%가 된다. 7월과 9월에는 주택과 건물의 재산세가 나뉘어 부과되고, 12월에 종합부동산세가 나온다. 종부세는 작년에 공시지가의 80%가 적용됐지만 올해 90%, 내년에 100%가 된다. 집값이 떨어져도 종부세는 전년 대비 상한선인 50%까지 오를 수 있다.
▷노무현 정부는 수도권의 집값이 폭등하자 부동산 대책을 30여 차례 쏟아냈다. 노 정부는 시장원리에 어긋난 서투른 처방으로 번번이 실패하다가 “세금폭탄 한번 맞아보시라”며 극약처방을 내놓았다. 투기 억제와 집값 안정도 중요하지만 1가구 1주택은 생활필수품이다. 폭탄 제조자들은 “세금이 억울하면 다른 동네로 이사 가라”고 약 올리듯 말했으나 양도소득세 부담 때문에 이사도 어렵다. 입구와 출구를 동시에 막아놓고 폭탄을 터뜨린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여야 후보는 경쟁적으로 1가구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 완화, 장기보유 주택의 양도소득세 감면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한나라당은 집권 후 ‘강부자’라는 말에 찔려서인지 차일피일 미뤘고, 그 사이에 최고 50% 인상된 재산세 고지서가 날아든 것이다. 부동산 규제와 높은 세금 때문에 아파트 미분양이 급증해 건설회사의 연쇄부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비합리적인 조세는 민간부문의 경제행위를 왜곡·위축시켜 자원 배분의 비효율과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세금을 제때 조절하지 않으면 세금폭탄이 유발한 대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황호택 수석논설위원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