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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오늘]1975년 아폴로-소유스호 도킹

입력 | 2008-07-17 03:00:00


“다시 만나 반갑습니다.”

1975년 7월 17일 포르투갈 서쪽 대서양의 997km 상공. 미국 유인우주선 아폴로 18호의 해치가 열리면서 토머스 스탠퍼드 선장과 2명의 우주비행사가 유영을 시작했다. 이들은 서서히 빨려 들어가듯 옛 소련 우주선 소유스 19호 내부로 옮겨 탔다. 소유스 19호에선 알렉세이 레이노프 선장과 2명의 비행사가 이들을 반겼다.

사상 최초로 이뤄진 미국과 소련 유인 우주선의 도킹. 우주탐험사에 길이 남는 역사적인 도킹 성공이었다.

도킹은 우주 공간에서 2대 이상의 우주선이 결합하는 것을 말한다. 도킹은 2대의 우주선이 같은 궤도에 들어가 근접한 상태에서 함께 비행하는 랑데부에 이어 진행된다. 이전에도 도킹이 있었으나 미국과 소련의 유인 우주선의 도킹은 처음이었다.

미국과 소련의 우주비행사들은 무척이나 반가워했다. 초면이 아니라 다시 만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우주선 도킹을 위해 함께 훈련받던 기억을 되살리며 악수를 했다.

도킹이 성공하자 당시 미국과 소련의 정상들은 전화를 걸어 이들을 축하했다. 미국 포드 대통령은 소련의 우주비행사 레이노프에게 “우주에서 미국 우주비행사들과 재회한 느낌은 어떤가”라고 묻기도 했다.

양국의 우주비행사들은 이틀간 함께 생활했다. 서로의 우주선을 왕래하면서 식사도 함께 하고 각종 과학 실험 및 우주 조사도 함께 했다.

두 우주선은 7월 19일 도킹을 풀고 헤어졌다. 소유스 19호는 7월 21일, 아폴로 18호는 7월 24일 각각 미국과 소련으로 돌아갔다.

우주 라이벌 국가인 미국과 소련의 우주선 도킹은 어떻게 이뤄진 것일까. 이 도킹 프로젝트가 처음 진행되기 시작한 것은 1972년 무렵. 당시 우주 탐험 경쟁을 벌이던 미국과 소련은 우주에서 자칫 우주선 사고가 발생할 경우, 상호 구조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같은 필요성에 공감한 양국은 1972년 5월 도킹의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여기엔 상대국의 우주선 기술을 엿보고 싶은 의도도 숨어 있었다.

양국의 전략적 의도가 어찌됐든 도킹은 완벽하게 성공했다. 유인 우주 비행 때 도킹과 랑데부에 대한 소중한 경험을 했고 이후 우주선 도킹 시스템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