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스트리트 패션을 얘기할 때면 맥시멀, 다양화, 고스룩(마치 공포 영화의 어두운 캐릭터처럼 입는 사람들), 코스프레족(인기 만화 캐릭터를 따라 입는 사람들) 등 다양한 분류와 표현이 필요했다.
마치 방대한 게임의 다양한 종족처럼….
이런 자유분방한 거리 패션의 영향으로 일본을 필두로 거리 패션 매거진과 사이트가 곳곳에 생겨났고, 전 세계 패션 종사자들은 패션 마켓 리서치의 필수 도시를 꼽을 때 도쿄를 빼놓지 않는다.
현재 도쿄의 거리 패션은 변화하고 있다.
극도의 패션 실험장이나 다양한 콘센트의 공존이 가능했던 이곳의 평균적인 변화를 한마디로 축약하자면 ‘일본 친구들 착해졌네’라고 할 수 있다. 과장되고, 강한 실험 정신의 패션이 많이 순화되었다는 말이다.
물론 이 말은 그들의 패션이 도태되었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아방가르드하고 과장됐던 실루엣은 간결해지고 베이식해졌고, 하이테크적이거나 실험적이었던 옷감들도 자연 친화적이고 클래식한 소재로 많이 바뀌었다. 마치 온갖 질풍노도의 시기와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보자는 마인드의 사람이 그 시기를 겪고 난 후의 담담함이라고 할까….
이들의 옷 입기는 전체적으로 보면 베이식하고 클래식해졌지만, 거하지 않은 자기만의 색깔이 표현되는 느낌이었다. ‘나를 알리는 게 꼭 거하고 강한 것 만은 아니였어’라고 말하는 듯 하다.
실제로 다양한 실험 정신과 아방가르드의 극한을 달렸던 일본 디자이너들 또한 해를 거듭할수록 깊이 있는 절제의 미학을 깨달은 듯 좀더 그윽한 그들만의 컬렉션을 이끌어 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무관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디자인의 흐름은 맥시멀과 미니멀을 반복한다. 하지만 그 반복이 패션 히스토리에 비춰볼 때 단 한번도 전체가 다시 반복되거나 표현된 적은 없다. 대신 그때 그때의 사회적인 문화와 시대정신을 반영해서 표현된다. 일본의 거리 패션 또한 맥시멀의 극한까지 가 보았던 그들의 경험과 감성이 반영된 또 다른 미니멀 룩을 보는 듯 했다.
손 형 오
엠폴햄 디자인 실장. 본, 닉스 등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패션 콜레보레이터’로 불리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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