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새통 활주로… 신공항 닦아야 ‘관광 제주’ 뜬다
지난해 9만3000대 이착륙… 수용능력 초과
피서철 등 관광 성수기마다 좌석난 되풀이
‘정부 공항개발계획’에 반드시 포함 되어야
《“하루 1500명을 수용하는 제주 성산포의 리조트시설을 채우려면 점보여객기 4대에 고객을 모셔 와야 하는데 너무 힘듭니다. 항공 수용 능력이 확충되지 않고서는 리조트사업은 더욱 어려워집니다.” 보광휘닉스파크 안명효 대표는 지난달 16일 제주도청 회의실에서 열린 ‘제주발전전략토론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비행기표를 구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라며 고충을 호소했다. 이 자리에서 김태환 제주지사 등 참석자들은 초미의 관심사인 신(新)공항 건설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
이 대통령은 이날 “항공 수요가 늘어나는데 인프라가 부족하면 안 된다”며 “어떤 방식으로 수요를 충족할지 정부가 공항 문제 등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검토 방침을 밝힌 이후 국토해양부는 4일 ‘제주공항 마스터플랜’ 용역을 한국교통연구원에 맡겼다.
이 용역을 통해 제주지역 항공 수요 예측, 현 공항 시설용량 평가, 신공항 개발의 필요성, 신공항 규모 및 착수시기 등 제주지역 공항개발안이 마련될 예정이다.
○ 항공권 구하기 ‘하늘의 별 따기’
아들(17)을 수도권 외국어고에 진학시킨 이모(47·제주시 연동) 씨는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때가 많다. 아들이 제주로 내려오는 항공권을 인터넷에서 구하기 위해서다.
이 씨는 “올봄에는 수학여행 단체가 몰리면서 항공권이 매진돼 표를 구할 수가 없었다”며 “지인의 도움으로 겨우 한 장을 구했지만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제주시 연동 엘베가스카지노 박상현 대표는 요즘 항공권을 구하고 전세기를 확보하는 일에 진땀을 흘린다.
박 대표는 “중국 본토와 마카오 등지에서 카지노를 찾으려고 제주를 찾는 고객이 많은데도 항공권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다른 도시처럼 24시간 공항이 운영된다면 다소 여유가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제주국제공항은 봄과 여름 피서철, 가을 등 관광 성수기마다 항공권 구입난이 되풀이된다. 금요일 제주 도착, 일요일 제주 출발 항공권 구입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가 된 지 오래다.
징검다리 연휴에는 항공권 쟁탈전이 더욱 치열하다. 공공기관 비서실 등에서는 항공사 직원에게 하소연하는 일이 익숙한 풍경이 됐다.○ 신공항 건설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제주국제공항은 길이 3000m, 폭 45m의 동서활주로와 길이 1910m, 폭 45m의 남북 활주로를 갖추고 있다. 연간 항공기 14만3000회, 국내선 이용객 1010만 명, 국제선 이용객 117만 명, 화물 32만7000t을 수용할 수 있다.
지난해 항공기 9만3073대가 이착륙하고 1229만 명이 이용했다. 화물 수송은 28만8000t. 이용객은 이미 수용능력을 초과했다.
한국공항공사는 2010년을 목표로 동서활주로 길이를 3180m로 늘리고 계류장을 확장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 공항공사 측은 2020년까지 확장공사가 끝나면 연간 17만7000회, 2000만 명의 이용객 수용이 가능해 제주공항 활용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2020년 이후다.
영어교육도시, 혁신도시, 세계자연유산 등재 등으로 새로운 항공수요가 생겼다. 제주항공, 한성항공, 진에어, 영남에어 등 신규 항공사가 계속 생겨나면서 활주로는 2020년 이전에 포화상태가 예상된다.
제주도는 신공항 건설에 10년 이상의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제4차 공항개발중장기종합계획(2011∼2015년)’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주공항은 제주시 광양 사거리, 신제주 사거리 등 시내 중심부에서 불과 1.8∼3.2km 떨어졌다.
소음 피해 지역은 4개 동, 1개 읍에 걸쳐 있다. 24시간 운영이 불가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최근 오전 2시 항공기 운항을 추진하다 포기하기도 했다.
대구, 광주, 청주공항에 비해 이용객은 8∼12배 많지만 공항 면적은 절반 수준. 바다 쪽으로 확장하려고 해도 주택가가 있어 불가능하다.
제주도는 2006년 12월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보완계획, 지난해 7월 제주광역도시계획에 신공항을 포함시켰다.
한국항공대 이영혁(항공교통물류학부) 교수는 “기존 공항은 확장 여유가 없어 미래를 대비하려면 신공항 건설은 당연하다”며 “정부의 공항개발계획에 포함될 수 있는 건설당위성 논리 개발,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신공항 입지 인공섬이 최적”
소음해결-24시간 운영 가능
재원 조달 여부가 최대 관건▼
990년 정부는 ‘제주권 신국제공항개발 타당성조사’를 했다.
늘어나는 제주권 항공 수요를 장기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신공항 건설을 위해 기술, 경제적 측면을 조사 분석하고 최적 후보지를 선정하기 위해서였다.
조사보고서는 1단계로 2010년까지 3700m 활주로, 79만 m² 규모 계류장, 청사를 건립하고 2020년까지 3700m 활주로를 추가하는 등 면적을 900만 m²로 증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공항 건설 후보지로 떠오른 3곳에 대한 입지 분석도 했다. 6700억∼7700억 원에 이르는 재원 조달은 정부 지원, 기존 공항 처분수익금, 지역개발수익 등으로 마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조사보고서는 빛을 보지 못했다. 인천국제공항 건설에 정부 지원이 집중되면서 제주 신공항 건설은 잊혀져갔다.
제주도는 18년 전 거론된 신공항 건설을 다시 공론화할 때가 됐다고 보고 있다.
건설 입지는 인공 섬이 최적이라는 판단이다. 현재 제주지역에는 900만 m² 규모의 신공항 용지를 찾기 힘들다. 찾더라도 지역주민과의 갈등 및 보상 문제는 사업 추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인공 섬에 공항을 만들면 24시간 공항 운영이 가능하고 소음 피해 민원 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신공항 건설의 최대 과제는 재원 조달이다. 과거 국고 지원 중심으로 건설되는 방식은 이제 기대할 수 없다. 제주도는 민자유치를 검토하고 있다. 한국항공정책연구소 허종 소장은 “현행 항공법에서 민자유치로 공항을 건설하더라도 투자비를 벌어들이면 국가에 기부하도록 돼 있다”며 “민자유치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신공항 관련 특별법 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문홍익 추진협 공동대표“비행기표 없어 관광객 못와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