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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습관 비슷한 베트남 9000만 입맛을 잡아라

입력 | 2008-07-19 02:59:00


한류식품 속속 진출… 원료-생산 기지로도 활용

#사례1 농심은 최근 베트남 현지에서 대규모 대파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로부터 투자 요청을 받았다. 마침 농심은 장기적으로 해외 생산거점을 늘리고 안정적인 원자재 수급을 위해 베트남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국내 라면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농심이 한 해 소비하는 파는 1000t에 이른다.

#사례2 CJ제일제당은 중국 시장에서 잘 팔리는 포장두부 제품을 앞세워 베트남에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윤석춘 CJ제일제당 신선식품BU 부사장은 “베트남을 거점으로 동남아 지역 진출을 준비 중이며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 ‘베트남 식탁을 잡아라’

베트남인들의 입맛을 잡기 위한 국내 식품회사들의 구애작전이 뜨겁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9월 베트남 유(乳)업체인 하노이밀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하노이밀크의 지분 3.5%를 인수하는 등 베트남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매일유업 박경배 홍보팀장은 “9000만 명에 달하는 베트남 인구를 겨냥해 애보트, 네슬레, 메드존스와 같은 유명 분유업체들이 이미 진출해 있다”며 “중동에서 거둔 성공을 바탕으로 베트남 분유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대상은 1994년 베트남에 조미료 공장을 세우며 국내 식품회사로는 가장 먼저 베트남에 진출했다. 최근 베트남의 조미료 소비 급증으로 생산시설을 풀가동해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국내 제과업계의 맞수인 오리온과 롯데제과는 중국에 이어 베트남에서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오리온은 1997년 베트남에 진출했으며 롯데제과는 지난해 베트남 제과업계 2위 업체인 비비카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오뚜기도 3월 베트남 현지법인 ‘오뚜기 베트남’을 세우고 내년에는 생산기지를 마련할 예정이다.

○ 판로 넓히고 원료 공급도 쉽게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한 ‘베트남 위기설’과 달리 국내 식품회사들은 베트남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윤석춘 CJ제일제당 부사장은 “국내 식품기업을 인수합병(M&A)할 돈이 있다면 베트남이나 중국 신선식품 시장에 더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베트남인들은 간장, 마늘, 고추를 즐겨 먹어 한국인들과 비슷한 식습관을 갖고 있다. 국내 식품회사들이 베트남을 눈여겨보는 이유 중 하나다.

정체에 빠진 국내 식품시장 상황도 기업들을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게 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식품산업 총생산액은 2004년 30조453억 원, 2005년 29조5794억 원, 2006년 32조6948억 원으로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 국내총생산 가운데 식품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2년 5.2%에서 2006년 3.9% 수준으로 줄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은 중국보다 인건비가 20∼30% 저렴하고 한국과 비슷한 식자재를 공급받을 수 있어 해외 생산기지로도 매력적인 곳”이라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