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관에 도착한 대통령 기록물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보낸 기록물을 19일 새벽 전달받은 국가기록원 직원들이 이를 보관하기 위해 사무실로 옮기고 있다. 성남=전영한 기자
기록원 “자료안전 위해 하드디스크 복사” → 盧측 “안된다”
기록원, 빈손 철수 → 盧측, 일방 봉인한 뒤 차로 성남 이송
국가기록원과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18일 기록물 반환을 둘러싼 협의에 실패해 노 전 대통령 측이 야간에 적절한 호송 조치도 없이 경기 성남시까지 기록물을 옮기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오후 8시 반경 메인 서버에 담긴 하드디스크의 원본과 백업파일을 2대의 일반 차량에 실어 일방적으로 성남에 있는 대통령기록관으로 보냈다. 국가기록원은 일단 자료를 받았으나 정식 수령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정진철 국가기록원장과 조이현 학예연구관 등 6명은 이날 오후 2시 15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해 노 전 대통령 측 이호철 전 민정수석 등 비서진과 자료 회수 문제를 협의했다. 3시간 넘게 줄다리기를 했지만 양측의 주장은 평행선을 그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당초 논란이 예상됐던 메인 서버 문제에 대해서는 “봉하마을 현지에 둔 채 자료만 가져간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국정기록이 담긴 하드디스크의 처리 문제로 마찰을 빚었다.
정 원장은 이날 오후 5시 30분경 어두운 표정으로 사저를 나와 “(국가기록원 관리 아래) 복사본을 하나 더 만들어 가지 않으면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 학예연구관은 “통상 전산자료를 옮길 때는 이송에 앞서 한 부를 복사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현재 있는 원본과 백업 파일이 이송 도중 손상될 경우 100% 복원이 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노 전 대통령 측은 “14개의 하드디스크와 컴퓨터 작동 과정에서 자동으로 생성되는 백업파일 14개 등 2질 28개의 하드디스크만 가져가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김경수 비서관은 “기록원이 불필요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전체 하드디스크를 안전한 방법으로 봉인하고, 그 과정을 기록해서 (우리가) 직접 (성남의) 대통령기록관에 갖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비서관과 김정호 전 기록관리비서관 등 7명은 이날 오후 8시 반 하드디스크 2질을 각각 다른 차량에 싣고 모두 3대의 차량을 이용해 봉하마을을 출발했다.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귀중한 기록물을 실은 이들 차량은 성남의 대통령기록관까지 약 400km의 거리를 경찰차 1대의 교통 에스코트만 받으며 야간에 이동해 교통사고나 탈취기도 등 만일의 사태에 적절히 대비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출발에 앞서 김 비서관은 “하드디스크에 일련번호를 매기고 프로그램 복원매뉴얼도 갖고 간다”며 “이 과정은 모두 동영상으로 촬영해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양측이 협의를 벌이던 이날 오후 4시 반경 회의석상에 잠깐 나와 “문제를 복잡하게 풀지 말고 가져가든 말든 양단간에 결정을 내려 달라. (정부가) ‘대통령기록관 외에 기록물이 있는 것이 문제’라고 한 만큼 오늘 중 해결되도록 협의하라”고 말했다고 김 비서관이 전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자꾸 이렇게 (어긋나게) 가게 되면 정치적 문제로 몰려는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의심이 들 수 있다”며 “이는 원칙의 문제인 만큼 정부의 인내심과 자제력을 시험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해=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최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