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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주 협박글 ‘포털 방조책임’ 물을수도

입력 | 2008-07-20 19:55:00


포털의 불공정약관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20일 내린 시정 조치는 '네티즌의 불법 행위에 대해 앞으로는 포털도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으로 압축된다. 법조계에서도 최근 악성 댓글 등 사이버 폭력에 시달리는 피해자가 늘어나면서 포털의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법원은 최근 포털 게시물로 인해 명예훼손 등 피해 확산이 충분히 예상된다면 피해자의 요청이 있기 전이라도 해당 게시물을 삭제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놓았다.

서울고법 민사13부(부장판사 조용구)는 이달 2일 A 씨가 "여자친구가 자살한 것과 포털사이트에 관련 글과 언론 기사가 게재돼 하루에 수천 건의 악성 댓글이 달렸다"며 다음커뮤니케이션과 NHN(네이버) 등 4곳의 포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4개사는 A 씨에게 3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포털사이트 측은 해당 게시물의 위치를 쉽게 알 수 있게 해 A 씨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내용이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유포되도록 방치했고 이를 우려한 언론 보도도 있었다"며 "이는 해당 게시물 작성자의 불법행위를 방조한 것이므로 A 씨의 요청이 없더라도 해당 게시물의 존재를 안 이상 이를 삭제하거나 검색을 차단할 의무가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2001년 대법원은 함모 씨가 자신을 비방하는 글을 5개월간 방치했다는 이유로 통신업체 하이텔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비방글이 게재된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삭제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해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다"며 1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검찰은 저작권법위반, 명예훼손 혐의가 있는 인터넷 게시판의 글을 해당 포털이 악의적으로 방치한다면 포털을 '방조' 혐의로 기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이미 P2P 사이트를 통해 고객들이 음악파일을 불법 다운로드 하는 것을 방치한 혐의(방조)로 '소리바다'를 기소해 유죄판결을 받아냈다"면서 "같은 논리로 범죄 혐의가 있는 글을 포털이 알고도 방치한다면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일부 세력의 인터넷을 매개로 한 메이저 신문사 광고주 협박 수사와 관련해서도 포털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원관계자는 "포털이 게시물에 대해 노출 위치를 정하고 실질적으로 일부 편집권 등을 행사하기 때문에 그 게시물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도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