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사 수녀의 ‘겸손한 사랑’이 주는 큰 울림
자녀가 열두 명이나 되는 어머니가 있었다. 그 중에 막내는 심한 장애를 갖고 있었다. 안쓰럽게 지켜보던 수녀가 어머니에게 권했다. “우리 집에는 장애를 겪는 아이들이 많답니다. 막내를 우리가 맡아서 키우면 어떨지요?” 어머니는 울면서 이렇게 말했다. “제발 수녀님, 그런 말씀은 하지 마세요. 이 아이는 신께서 우리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이랍니다. 가족의 모든 사랑은 이 아이에게 모아져 있어요. 아이를 데려가신다면, 우리 삶은 텅 빌 겁니다.”
20세기 성녀(聖女)로 우러름 받는 마더 테레사 수녀가 들려주는 일화다. ‘작은 몸짓으로 이 사랑을(원제: No Greater Love)’는 그의 가르침을 담은 책이다. 그가 세운 사랑의 선교회는 ‘가난한 사람 중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테레사 수녀는 ‘사리’라고 불리는 흰 옷을 입는다. 이는 인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입는 옷이다. 그는 사리에 성모 마리아를 뜻하는 푸른 줄을 새겨놓았다.
테레사 수녀에게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힌두교 신자인지, 이슬람교도인지가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그는 가장 절실한 곳에 손길을 내밀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신앙을 권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깊이 감동해 가톨릭으로 개종하겠다고 하면, ‘신부님에게 가보라’고 말할 뿐이었다.
테레사 수녀의 가르침은 단순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준다. 그가 평생 몸으로 보여준 사랑은 거창하지 않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멀리 있는 이를 사랑하기는 쉽습니다. 그러나 바로 곁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가난한 사람과 밥 한 끼를 나누기는 쉽지만, 외롭고 힘든 가족 가운데 한 사람을 위로하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모든 사랑은 가정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세상에는 가까운 이들에게는 냉정하면서도, 민족 사랑, 인류 사랑을 외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테레사 수녀는 이렇게 권한다.
“나는 그대가, 당신 가정 안의 가난한 이를 찾아 나서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사랑은 거기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그는 주는 기쁨을 강조한다. 한 번은 그녀에게 2만 루피라는 어마어마한 돈이 담긴 소포가 전해졌다. 테레사 수녀는 그 돈을 받지 않았지만 20년 넘게 마비 상태로 지내는 남자가 준 15달러는 기꺼이 받았다. 그 돈은 남자가 1주일 동안 담배를 끊어서 모은 돈이었다. 담배는 오른손만 쓸 수 있었던 그 남자의 유일한 낙이었다. 베풂은 결코 남는 것을 나눠 주는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기꺼이 떼어 줄 때, 주는 기쁨은 가슴에 오롯이 새겨진다.
테레사 수녀의 헌신적인 삶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버려져 죽어가는 사람들을 숱하게 거뒀다. 구더기가 끓고 살이 썩어가는 사람을 만지면서도 수녀는 역겨워하지 않았다. 그가 믿는 기독교 성경은 이렇게 가르친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 그는 자신이 가난하고 버림받은 환자를 쓰다듬을 때 예수님의 몸을 만지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세상의 종교들은 하나같이 사랑과 헌신, 나눔과 베풂을 강조한다. 국가와 단체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하나같이 정의와 평화를 외친다. 그럼에도 세상에는 미움과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 성자(聖者)의 가르침은 언제나 단순하다. ‘사랑은 다른 어떤 의미를 가질 것 없이, 그 자체가 바로 메시지입니다…우리가 어떤 설교를 한다면, 그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지요. 이것이 복음에 대한 우리의 증언입니다.’ 진심은 언제나 감동을 준다. 쉽고 평범한 말로 쓰인 테레사 수녀의 이 작은 책이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 철학박사 timas@joongdo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