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거리 출퇴근 건강관리 요령
1년 전 회사를 옮긴 김미정(34·여) 씨는 매일 3시간씩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한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집에서 서울 마포구 상수동 홍대역까지 출근하는 데 1시간 반이 걸린다. 1년 넘게 장시간 출퇴근하다 보니 몸이 무겁고 어깨가 시큰거리고 목도 뻐근하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지난해 3시간 넘게 차를 타고 출퇴근하는 미국인이 34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것. 출근하는 데 최소 1시간 반이 걸리는 사람을 일컬어 ‘익스트림 통근족(extreme commuters)’이라고 한다.
국내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출근하는 데 최소 1시간 반 걸리는 사람이 1995년 31만5823명, 2000년 49만7975명, 2005년 53만1531명으로 늘었다.
○ 서 있을 땐 발뒤꿈치 들었다 내리면 좋아
전철,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통근족들은 휴대전화, PMP 등으로 게임을 하거나 동영상을 본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기도 한다. 이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지루하지는 않지만 눈, 귀, 목 건강에는 좋지 않다.
특히 목에 많은 부담이 간다. 책을 읽거나 PMP 등을 볼 때는 고개를 최대한 세우고 30cm의 거리를 유지한다. 최소 20분마다 목을 좌우로 돌려주며 스트레칭을 해야 목 근육이 경직되지 않는다.
의자에 바르게 앉거나 서서 머리를 왼쪽으로 천천히 돌리고 5초 동안 유지한다. 반대 방향도 똑같이 시행한다. 턱을 아래로 내려서 빗장뼈(쇄골)에 닿게 하고 5초 동안 유지한다. 피곤할 때는 고개를 숙이지 말고 의자 등받이에 머리를 기댄 채 쉰다.
서서 갈 때는 한 손에 책이나 PMP, 다른 한 손에 손잡이를 잡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앉아 있을 때보다 피로감이 더 크다. 서 있을 때는 발뒤꿈치를 들었다 내렸다 하는 동작을 반복해주는 스트레칭이 효과적이다.
움직이는 버스나 지하철에서는 책을 읽거나 휴대용 게임기를 사용하면 안구가 평소보다 심한 조절운동을 해야 하므로 눈의 피로도가 심해진다. 의식적으로 가끔씩 눈을 깜빡여주고 20∼30분마다 한 번씩 먼 곳을 바라본다.
장시간 다리를 움직이지 않고 서 있으면 정맥류가 생길 수 있다. 정맥류를 예방하려면 서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지만 불가피하게 오래 서 있어야 할 때는 다리에 힘을 줬다가 빼는 동작을 반복한다. 장시간 다리를 꼬고 앉아 있거나 엉덩이나 허벅지가 꼭 끼는 옷을 입는 것도 다리의 혈액순환을 방해한다.
○ 식수 꼭 챙기고 구급약 갖춰야
회사원 김성현(42·경기 고양시 덕양구 능곡동) 씨는 2년 전부터 서울 송파구 풍납동 회사까지 40km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1시 반 정도 걸리는 거리를 자전거로 달리다 보니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 그러나 자전거 출퇴근을 처음 시작할 때는 몸이 뻐근하고 쑤셔서 포기하려고 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이른바 ‘자출족’ 초보자는 적당한 준비운동을 통해 몸을 풀어줘야 한다. 특히 어깨, 허리 등 자전거를 탈 때 많이 움직이지 않는 부위는 사전 준비운동으로 근육을 풀어줘야 한다. 무릎, 발목은 자전거를 타고 처음 5분 정도 가볍게 주행하며 자연스럽게 풀어준다. 초보자의 경우 중간중간에 5∼10분씩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안전요령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 집과 직장 사이의 거리에서 자전거전용도로가 어느 정도 설치돼 있는지 확인하고 일반도로 위에서 탈 때는 사고를 막기 위해 야광 스티커 등 발광물질을 부착한다.
비가 올 때는 되도록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지 않는다. 자전거전용도로가 아닌 일반도로의 경우 매우 미끄럽기 때문에 사고 날 확률이 높다.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는 충분한 수분 공급을 위해 물을 꼭 챙기고 타박상 등에 대비해 구급약도 갖춘다. 안전모, 무릎 및 팔목 보호대, 방진마스크 등을 준비하면 좋다.
(도움말=진영수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소장, 남희승 강동성심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서동원 바른세상병원 원장)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윤진근(27·경북대 사회학과 4년) 씨가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