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경쟁력을 높여라’라는 책의 저자 공병호 씨는 인생의 3분의 1인 주말을 잘 경영해야 잘사는 것이라고 했다. 누구의 구속도 받지 않는 주말이야말로 재충전과 자기계발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주말에 할 일이 꼭 공부일 필요는 없다. 평소 시간이 없어 잘 놀아주지 못했던 가족과 나들이를 가는 것도 좋다. 이사나 여행, 함께하는 운동 등 중요한 행사도 대체로 주말에 집중된다. 그런데 날씨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속상한 것은 물론이고 한 주, 한 달의 일정이 헝클어져버린다. 모두가 주말 기상예보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기상청이 평일도 아닌 주말 날씨를 연달아 오보(誤報)했다. 6월 마지막 주말부터 연속 4주째다. 기상청은 7월 11일 오후 11시에 발표한 예보에서 ‘토요일, 전국이 구름 많고 충남 서해안과 제주도에만 비가 내린다’고 했지만 주말인 12일 새벽부터 서울 전역에 장대비가 쏟아졌다. 18일 밤에는 ‘19일 오전에 남부지방부터 비가 온 뒤 전국으로 확대된다’고 예보했지만 중부지방에 오전부터 폭우가 쏟아졌고 저녁 무렵엔 한때 햇살이 비쳤다. 오전 야외활동에 지장이 없을 줄 알았던 시민들이 스트레스 받을 만했다.
▷기상청 홈페이지엔 주말 계획을 망친 시민의 항의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성난 시민들은 ‘슈퍼컴 팔아치우고 관절염, 신경통 앓고 있는 노인 몇 분 모셔다가 예보하게 하라’, ‘기상청에 두꺼비나 개구리를 들여 놓으라’, ‘일기예보 하라고 했지 일기중계 하라고 했나’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세금으로 슈퍼컴을 두 대나 마련토록 했는데도 예보적중률이 계속 빗나가는 데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날씨는 국민 삶의 질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요소다. 날씨에 따라 생업에 영향 받는 국민도 많다. 이번에는 날씨 오보가 인명과 심한 재산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오보 때문에 어민이나 야영객이 제때 대피하지 못하는 사고도 일어나고 재해예방을 미처 못 할 수도 있다. 오보가 지금처럼 계속되다가는 국민이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기상청 앞에 촛불을 들고 모이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기상분석 전문가 부족이 문제라면 비싼 돈을 주고라도 세계적 전문가를 수입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겠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