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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오늘]1969년 美아폴로 11호 달 착륙

입력 | 2008-07-21 02:52:00


‘마지막 강의(The Last Lecture)’를 쓴 미국 카네기멜런대의 랜디 포시 교수는 1969년 여름 인간이 처음으로 달 위를 걸었을 때 여덟 살이었다. 췌장암 선고를 받고 지금은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그는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 광경을 지켜보면서 ‘세상에 불가능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소년 랜디는 그해 여름 서머캠프에 참가하고 있었다. 텔레비전이 설치돼 있던 서머캠프 본부에서 우주비행사들이 사다리를 내려와 달 표면을 밟는 순간 아이들은 잠자리에 들기 위해 텐트로 보내진다. 시간이 오후 11시를 넘었기 때문이다. 그는 ‘인류가 우리 행성을 벗어나 처음으로 새로운 세상에 착륙했는데 당신들은 취침 시간이나 생각해?’라는 생각을 하면서 어른들의 결정에 불평을 터뜨렸다. 이 일을 계기로 랜디는 무중력 상태에서 공중에 둥둥 떠 있는 꿈을 꾼다. 랜디는 40년이 지난 2001년 미 항공우주국(NASA)의 가상현실 프로젝트에 어렵사리 참가해 무중력 체험을 함으로써 꿈을 이룬다.

“1969년 7월 21일 오전 11시 56분 20초(한국 시간).

미국 우주비행사인 닐 암스트롱은 달에 발을 디딘 첫 인간이 됐다. 암스트롱은 ‘이것은 인간을 위한 작은 일보(一步)이지만 인류를 위해선 거대한 도약의 일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발밑에 깔린 달의 ‘작은 모래알들 속에’ 박힌 자신의 발자국을 묘사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버즈 올드린 역시 낮 12시 16분 달 표면을 밟았다. 암스트롱은 약간의 달 표면의 흙을 퍼서 그의 우주복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이로써 드디어 억겁(億劫)의 신비의 베일 속에 감추어졌던 달은 인류에 의해 정복되는 역사의 신기원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1969년 7월 21일 동아일보 1면 머리기사).

필자가 살던 조그만 시골 동네도 ‘사람이 달에 갔다’는 얘기로 웅성거렸다. TV가 없어 생생한 실황을 지켜보진 못했지만 달을 보면서 사람이 간 모습을 그려봤다. 다섯 살이었던 필자에게 달은 신비의 세계였다. 깜깜한 밤하늘의 달을 볼 때면 어른들은 ‘토끼 두 마리가 방아를 찧고 있다’고 말하곤 했다. 달에 간 우주비행사가 계수나무 아래에서 방아를 찧고 있는 그 토끼를 만났는지 궁금했다. 정월 대보름 환히 떠오르는 보름달을 먼저 보기 위해 뒷동산에 올랐던 기억도 새록새록하다. 외할머니는 보름달을 보자마자 땅에 엎드려 절을 하면서 소원을 빌곤 했다.

암스트롱(선장)과 올드린(달착륙선 조종사) 마이클 콜린스(사령선 조종사)를 태운 아폴로 11호는 달 탐사에 성공했다. 존 F 케네디가 1961년 5월 25일 의회연설에서 ‘1960년대가 지나기 전에 달에 인간을 착륙시킨 뒤 지구로 무사히 귀환시키겠다’고 선언한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