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를 나도 잘 모르겠다.”
거침없던 롯데가 불안한 행보를 보이며 4강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중심타선, 특히 4번 이대호의 부진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괜찮다, 그는 리그 최고 타자다”고 수차례 믿음을 밝혔던 제리 로이스터 감독마저도 18일 잠실 LG전에서 올 시즌 처음 그를 4번이 아닌 6번으로 기용하며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그러나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로이스터 감독은 20일 경기 취소 직전 기자들과 만나 이틀 전 타순 변경이 이대호의 타격에 어떤 변화를 가져온 것 같으냐는 질문에 대해 “그런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냉정히 평가하면서 “다만 대신 4번을 맡은 카림 가르시아가 타점을 만들어낸 게 성공이라면 성공”이었다고 밝혔다. “이대호의 방망이가 살아나길 우린 기다리고 있다”면서도 별 뾰족한 수가 없다는 듯 아쉬운 표정이었다.
로이스터 감독은 전날부터 이틀간 경기가 모두 취소됐지만 이대호를 19일부터 6번이 아닌 다시 4번으로 기용할 계획이었음을 털어 놓으면서 “2주전쯤 이야기할 때와 (이대호의 상태는) 지금 또 다르다”며 이대호의 부진이 예상 밖으로 장기화되고 있음을 걱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부진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거듭된 질문에 “답을 나도 모르겠다. 알면 가르쳐주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덧붙여 “그러나 이대호가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선수인 것만은 사실이다”면서 “때론 너무 열심히 훈련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오늘 게임이 비로 취소됐는데 (대호는) 굳이 실내에서 타격 연습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대호는 최근 자신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체중 문제 등을 거론하는 횟수가 늘자 “모든 건 내가 잘못해서 나오는 말”이라며 “내가 잘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모든 건 내 탓”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좀처럼 깨진 타격 밸런스를 찾지 못하면서 애간장을 태우고 있고, 팀 수장인 로이스터 감독 역시 그의 부진에 대한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로이스터 감독이 이야기했듯 롯데가 4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클린업트리오가 살아나야 하고 그 중심에는 역시 이대호가 있어야 한다. 더욱이 이대호는 베이징올림픽대표팀에서 중심타선을 맡아야하는 선수다. 그의 방망이가 어느 때보다 주목되고 있는 요즘이다.
잠실|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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