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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캔버스, 주제는 실존

입력 | 2008-07-22 03:01:00


은둔형 작가 온 카와라 첫 한국展

시간-의식 등 특별한 사색의 공간

전시장에는 책자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책을 들쳐볼 때 사용할 흰 면장갑과 함께.

23일∼8월 24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두아트 서울에서 열리는 개념 미술의 거장 온 카와라(76) 전의 풍경이다. 일본 태생으로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카와라는 시간과 실존에 대한 관심을 작업으로 표현해 왔다. 개인정보나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은둔형 작가로 한국에서 갖는 첫 개인전이다.

회화에서 출발한 그는 1960년대 중반 시간과 의식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업으로 돌아섰다. 1966년부터 현재까지 날마다 단색 화면에 하얀색으로 날짜를 표시한 ‘날짜 그림(Date painting)’을 그리면서 유명해졌는데 이번 전시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전시에선 1968년부터 1979년까지 자신이 일어난 시간과 돌아다닌 곳, 만난 이들을 표시한 책들이 선보인다. 그는 매일 아침 자신이 깨어난 시간을 기록해 ‘나는 ○시에 일어났다’는 것을 고무스탬프로 엽서에 찍어 발송한다(I GOT UP). 이어 이동 경로를 지도에 표시하고(I WENT), 대화한 사람의 이름을 기록한다(I MET). ‘그 시간 내가 여기 있었다’는 실존에 대한 증명인 셈이다.

과거 100만 년(998031BC∼1969AD)과 미래의 100만 년(1993∼1001992AD)을 타이핑한 두 권의 책(‘One million years’)이 놓인 1층은 ‘시간이란 무엇인가’를 사색하는 공간. 1969년 제작된 과거 편은 ‘그동안 살다가 죽은 사람들 모두를 위하여’라는 헌사로, 1981년 제작된 미래편은 ‘마지막 생존자를 위하여’라는 헌사로 시작된다. 두툼한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지구별에서 인간이 활동한 역사는 한순간에 불과하다는 사실.

더불어 세계의 유치원에 ‘날짜 그림’ 연작을 설치한 뒤 어린이들의 일상과 함께 촬영해 소책자로 만들어 내는 ‘순수의식 프로젝트’도 선보인다. 02-2287-3500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