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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오늘]1968년 伊풍자작가 과레스키 사망

입력 | 2008-07-22 03:01:00


1951년 말 이탈리아 중북부 포 강 유역에는 1주일 내내 장대비가 내렸다.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심상찮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짐을 쌀 시간도 없어. 우리 마을 둑이 무너지기 전에 강 건너 마을의 둑을 무너뜨려야 해.”

이때 신부인 돈 카밀로가 나섰다. “무너지지 않을 거요. 장담하겠소. 나는 지금 강둑으로 가서 버티고 서 있을 작정이오. 모두 침착하게 피신하시오.” 돈 카밀로는 둑 위로 거침없이 걸어갔고 마을 사람들은 어쩔 줄 몰라 했다.

“돈 카밀로, 나도 당신과 함께 가겠소.” 사사건건 돈 카밀로와 대립하고, 수시로 주먹다짐을 벌이는 읍장이자 이 마을 공산당 우두머리 페포네였다. 두 사람은 나란히 강둑 바위 위에 앉았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피할 때까지 강둑은 무너지지 않았다.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 만화가였던 조반니노 과레스키가 쓴 ‘돈 카밀로와 페포네’ 중 한 에피소드를 줄여 재구성한 것이다.

1908년 포 강 주변 마을에서 태어난 과레스키는 대학에 진학했지만 집안 사정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지역신문 기자가 됐다. 이후 풍자잡지인 베르톨도의 편집장을 맡아 무솔리니 정부를 비판하던 그는 1943년 군대에 끌려갔고 그해 이탈리아가 패전한 뒤 폴란드의 포로수용소에서 3년을 보냈다.

돌아온 그는 풍자잡지 칸디도를 창간해 글을 썼다. 1946년 12월 23일 밤 그는 칸디도와 다른 잡지에 게재할 글 2건을 마감해야 했다. 먼저 쓴 글을 다른 잡지에 실어버린 그는 30분 만에 후다닥 이야기를 지어내 칸디도에 실었다. 신부님 시리즈 첫 편이었다.

이후 수백 편의 신부님 시리즈를 통해 제2차 세계대전 후 이탈리아 사회의 극심한 이념 대립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그는 1968년 7월 22일 심장마비로 숨졌다.

소설 속 돈 카밀로는 사소한 일에 흥분해 주먹을 휘두르고, 어수룩한 페포네를 골탕 먹이며 좋아하는 ‘인간적’인 우파 신부지만 따뜻한 마음과 깊은 신앙심을 지녔다. 자동차 수리공이자 공산주의자인 페포네는 겉으로는 과격해도 이웃에 대한 깊은 사랑을 숨기고 있었다.

이 소설은 매회 두 사람의 첨예한 갈등에서 시작하지만 둘이 협력해 마을과 이웃을 지키고, 서로를 용서하며 끝난다. 두 사람의 노력으로 원수로 지내던 좌우파 집안 자녀의 결혼 같은 작은 기적이 이 마을에서는 끊임없이 일어난다.

장맛비 속에서 시위대가 전경버스를 부수고, 경찰은 물대포를 쏘는 게 지금 우리의 현실. 한국 사회에는 언제쯤 돈 카밀로와 페포네의 마을처럼 이념을 넘은 신뢰와 사랑이 싹틀까.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