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대한민국 헌법이 탄생한 지 60주년 되는 해입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개헌 논의도 적지 않습니다.
개헌 하면 대통령중심제냐 의원내각제냐, 5년 단임제냐 4년 중임제냐 등 권력구조의 변화를 주로 떠올리게 됩니다. 그러나 요즘 경제계에서는 “만약 개헌을 한다면 헌법의 경제 관련 규정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자유기업원은 21일 정기화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가 작성한 ‘헌법의 경제조항 개정방향’이란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이 보고서는 “개헌 때마다 한국 경제가 지향해야 할 경제의 미래상을 제시하지 못했고 오히려 무리한 헌법 개정을 무마하기 위해 실현 가능성이 낮은 달콤한 약속을 담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정권의 대중적 지지를 위해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은 채 소득재분배 조항을 무리하게 도입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국가의 자의적 경제 개입도 점차 늘어나게 됐다고 했습니다.
그 대표적 규정으로 헌법 119조 2항을 꼽았습니다. 이 조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이석연 법제처장도 최근 공개 강연에서 이 조항을 ‘자유시장 경제라는 헌법의 기본원리를 제약하는 규정’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119조 2항은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는 119조 1항의 규범력을 사실상 상실케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처장이 상임대표를 맡았던 ‘헌법포럼’에서는 지난해 말 헌법의 경제 관련 규정을 대부분 삭제한 ‘헌법 개정안 시안’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그 이유는 현행 헌법의 정신은 자유로운 경제 질서를 원칙으로 하되 국가의 개입은 최소한에 그치도록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지금 개헌 논의가 적절한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향후 개헌 논의가 본격화한다면 시대적 변화에 맞춰 자유시장경제 질서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일부 조항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형권 기자 산업부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