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술집 출입하며 법인카드 펑펑
시간외근무 상관없이 3년간 6억 지급
한국수출보험공사 직원들이 법인카드로 안마시술소와 유흥주점 등에서 개인유흥비를 결제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수출보증업무를 통해 알게 된 기업들의 내부정보를 이용해 해당 기업의 미공개 주식을 취득해 수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도 적발됐다.
21일 감사원에 따르면 한국수출보험공사 직원 189명은 2004년부터 올해까지 술값 등 개인적인 용도로 법인카드를 모두 1825회, 1억7660만 원어치를 사용했다.
특히 직원 A 씨는 2년 4개월여 동안 189회에 걸쳐 3364만 원을 결제한 뒤 이 가운데 2170만 원(129회 분)은 현금 변제를 하지 않고 예산에서 비용 처리했다.
A 씨는 2005년 10월 서울 강남의 한 술집에서 개인적인 용도로 친구와 술을 마시고 법인카드로 33만 원을 결제한 뒤 ‘수출보험 지원제도의 육성발전을 위한 업무협의’를 한 것처럼 지출결의서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의 수법을 사용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법인카드는 예산을 집행할 때 사용하는 것으로 적정 수량만 교부하고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며 “하지만 수출보험공사는 직원 2.4명당 1명꼴로 법인카드를 지급하고 직원들이 법인카드 결제 후 현금 변제를 하는 일이 많은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B 지사장은 2000년 경기 평택시 한 전기업체의 미공개 주식 5000주를 주당 1만 원에 부인 이름으로 취득한 뒤 이 회사가 2005년에 주식을 코스닥 시장에 등록하자 보유 주식 일부를 처분해 3억4600만 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감사원은 또 수출보험공사가 △2005∼2007년 시간외 근무실적과 관계없이 직원 300여 명에게 모두 5억8485만 원의 수당을 지급하고 △같은 기간 직원들에게 40만 원짜리 상품권 등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근무복 착용 여부와 상관없이 3억8512만 원의 피복비를 지급한 사실을 적발했다.
대한주택보증은 피복비 수요조사 없이 2007년 1억6700만 원어치의 의류교환권(50만 원짜리 334장)을 구입해 전 직원에게 지급했고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신입사원 채용 시 부당하게 채용 인원을 늘렸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