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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8년 ‘鐵의 날개’ 활짝 폈다

입력 | 2008-07-23 02:57:00


인재중심 조직문화 - 윤리경영으로 매출 순익 2배 이상 ‘껑충’

《현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이 주춤거리고 있다. 이해당사자들의 저항이 거센 데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고리로 한 각계 반(反)정부 세력의 총공세로 정부 출범 직후부터 리더십이

추락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물론 모든 공기업을 민영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2000년 10월 민영화가 완료된 포스코의 ‘민영화 실험 8년’을 돌아보면 긍정적 측면이 훨씬 크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공기업 민영화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히는 포스코의 현주소를 두 차례 시리즈로 살펴본다.》

포스코는 민영화 이후 비약적 성장을 했다.

민영화 직전인 1999년과 지난해를 비교해 보면 매출은 107.6%, 순이익은 132.6% 증가했다. 자산 역시 77.0% 늘었다. 특히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올린 순이익은 18조6260억 원으로 1968년 창립 이후 2000년까지 30여 년 동안 벌어들인 순이익(8조3800억 원)의 2배를 넘는다.

기업 가치도 상승해 1999년 말 12만5000원이었던 포스코의 주가는 22일 현재 50만6000원으로 높아졌다. 보이는 실적 못지않게 일을 대하는 임직원들의 자세가 한층 적극적으로 바뀐 것은 민영화의 또 다른 성과로 꼽힌다.

○ 조직문화와 책임경영이 성공의 견인차

포스코 내부에서는 민영화 이후 성공을 이끌어낸 핵심 요인으로 특유의 조직문화를 꼽는다. 이영훈 포스코 경영기획실장은 “회사 창립 때부터 강조해 온 ‘제철보국(製鐵報國)’이라는 기업철학이 민영화 이후에도 지속된 데다 공기업 시절에도 박태준 명예회장이 ‘외풍’을 막아줘 독자적으로 경영을 해 온 전통이 있었다”며 “이런 전통과 문화 때문에 다른 공기업과는 달리 세계 최고 수준의 조직 경쟁력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고의 인재를 지향하는 사풍(社風)이 조직 곳곳에 뿌리내린 것도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실제로 포스코 임직원들은 외부 위탁교육을 받으러 가면 대부분 상위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포스코 내부 문화가 성장의 ‘엔진’이라면, 선진화된 지배구조는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순항할 수 있도록 중심을 잡는 ‘방향타’의 역할을 했다.

포스코는 민영화에 대비해 1997년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했다. 이듬해에는 전문 경영진의 책임 경영과 이사회의 견제 기능을 강화한 ‘글로벌 책임경영체제’를 구축했다.

이사회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이사회 의결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15명의 이사 중 9명이 사외이사다. 회장을 선출하는 첫 관문인 CEO후보추천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기업마다 특징이 있기 때문에 지배구조의 우열을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최소한 지금까지 포스코의 실험은 성공적이었다는 평을 듣는다.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은 “포스코는 박태준 명예회장부터 이구택 현 회장까지 최고경영자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조직은 그에 잘 따르는 문화가 있었다”며 “여기에 과반수인 사외이사가 적절히 견제 기능을 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 외부 간섭 차단과 ‘윤리 경영’의 성과

이구택 회장은 2004년 6월 윤리 경영 선포 1주년을 맞아 열린 사내운영 회의에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포스코의 기업 지배 구조가 완전히 뿌리 내리려면 임직원의 철저한 윤리 준수 의지가 중요하다”며 “업무 추진 과정에서 기업 윤리와 회사 이익이 상충된다면 기업 윤리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스코 임직원들이 비리에 연루됐을 경우 ‘주인 없는 회사여서 비롯되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비판이 생길 수 있어 비리의 싹을 자르기 위한 조치였다.

포스코 직원 사원증을 보면 포스코가 얼마나 기업 윤리를 강조하는지 알 수 있다. 사원증 뒷면에는 ‘지금 하는 행동이 공개되어도 부끄럽지 않은가?’, ‘시간과 권한을 회사를 위하여 사용하고 있는가?’ 등 5개 항목의 물음이 담긴 ‘기업 윤리 자가진단표’가 붙어 있다. 임직원 누구나 항상 스스로를 점검하라는 취지다.

협력회사 임원이 성의 있게 업무를 처리해준 포스코 직원에게 감사의 표시로 간단한 선물을 보냈다가 “마음만 고맙게 받겠다”는 메모와 함께 선물을 반송받은 사례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 적대적 M&A 위협의 고민

‘확고한 대주주 없는 민영화’에 따른 고민도 있다. 특히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에 노출된 것이 그림자로 꼽힌다. 세계 철강업계 1위 미탈이 2006년 2위 아르셀로를 M&A하면서 이런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지난해 말 현재 포스코가 소유한 자사(自社) 지분은 13.36%에 불과하다. 국민연금 등 우호지분을 합쳐도 40% 안팎이다. 반면 외국인 주주는 48.9%에 이른다.

이구택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미탈이 아르셀로를 적대적 M&A할 당시 포스코도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었다”고 말했다. M&A 위협 방어와 함께 광산과 해외 생산거점 확보 등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 때문에 포스코 임직원들은 지금까지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향해 오늘도 땀을 흘리고 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