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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筌者所以在魚, 得魚而忘筌

입력 | 2008-07-23 02:57:00


筌(전)은 댓가지를 엮어 만든 고기 잡는 통발이다. 수단이나 도구의 뜻과 구속의 뜻이 있다. 所以(소이)는 동사 앞에 놓이어 수단이나 원인 또는 목적을 뜻하는 명사 형태를 이룬다. 여기서의 在(재)는 載(재)와 통하며 담다 또는 잡다의 뜻이다. 所以在魚(소이재어)는 고기 잡는 도구 또는 고기를 잡기 위한 것을 뜻한다. 명사는 그대로 문장의 술어가 될 수 있다.

得(득)은 얻다 또는 획득하다의 뜻이다. 解得(해득)이나 心得(심득)처럼 이해하거나 깨닫다의 뜻도 있다. 忘(망)은 잊다 또는 버리고 돌보지 않다의 뜻이다. 得魚忘筌(득어망전)은 고기를 잡고나면 통발을 잊는다, 즉 목적을 달성하고 나서 그 수단을 잊는다는 뜻이다. 줄여서 忘筌(망전)이라고도 한다.

이어지는 말은 다음과 같다. “올무는 토끼를 잡기 위한 것이니, 토끼를 잡고나면 올무는 잊는다.” 여기에서 나온 得兎忘蹄(득토망제)나 忘蹄(망제)는 앞의 得魚忘筌(득어망전)과 같은 뜻이다. 다시 이어지는 말은 다음과 같다. “말은 뜻을 담기 위한 것이니 뜻을 이해하고나면 말은 잊는다.” 여기서 나온 得意忘言(득의망언)은 뜻을 깨달아 말이 이미 필요 없어지는 경지를 뜻한다.

통발이나 올무는 고기나 짐승을 잡기 위한 도구이다. 사용 목적을 떠나서는 의미나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언어 역시 뜻을 전하는 도구이다. 그런데도 말 자체에 매달려 서로 다투는 일이 적지 않다. 진정한 목적의 달성보다 그를 위한 도구 자체에 매달려 다툰다면 그건 분명 어리석고 무의미한 일이다.

위의 말은 결코 과정에 대한 부정은 아니다. 단지 도구에 불과한 언어에 의해 빚어지는 온갖 시비와 상호 비방에 대한 비판이다. 일체의 인위적인 것을 부정한 ‘莊子(장자)’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