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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유가 110달러 안정” “물가상승 여파 당분간 지속”

입력 | 2008-07-24 02:49:00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왼쪽에서 세 번째)가 23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동향 간담회 참석자들과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장, 홍기택 중앙대 교수, 이 총재, 방기열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이경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 연합뉴스


이성태 한은총재 등 전문가 6인 ‘국내 경제동향’ 진단

《“올해 하반기 유가는 110달러 안팎에서 안정될 것 같다.”

“유가 상승이 멈추더라도 물가 상승 여파는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

“승용차 홀짝제 등 후진국형 물가대책보다 가격 메커니즘이 작동해 수요를 억제하도록 해야 한다. 기름값을 올려야 한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장, 방기열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이경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 홍기택 중앙대 교수 등 5명의 경제전문가를 불렀다. 모임의 이름은 ‘7월 경제동향 간담회’였지만 참석자 면면이 하나같이 최근 한국경제의 핵심 현안을 다루는 연구기관장 및 학자들이었다.》

○ ‘승용차 홀짝제’ 대신 가격에 반영 바람직

방기열 원장은 “미국 유럽의 석유 수요가 줄고 있고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 비(非)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의 석유 생산이 하반기에 나아질 것”이라며 “하반기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 안팎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허리케인 피해나 이란 핵 문제가 가시화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설명. 유가가 최고치를 찍었고 앞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당초 올해 하반기에 국제유가가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120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승철 전무는 “최근 기업 체감경기는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하반기 기업실적이 상반기에 비해 저조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기업 체감경기가 나빠지는데도 기업의 실물투자가 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경기 순환적인 반도체 등 일부 산업의 투자가 증가한 데서 비롯된 ‘착시 효과’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저(低)성장 고(高)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게 아니라 가격 정책을 통해 수요를 줄이고 충격을 완화하는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종석 원장은 “승용차 홀짝제 같은 후진국형 방식보다는 가격의 신호기능을 활용해 충격을 흡수해야 한다”면서 “물가 안정을 위해 원가 상승에 따른 압력을 묶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오히려 가격에 반영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일부 품목의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부추겨 임금 인상,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환율-금리 처방 의견은 엇갈려

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할 이유가 있지만 올리지 말아야 할 이유도 있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 금리 인상에 따른 실물경제 충격 및 자산 디플레 가능성을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최근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과 관련해 홍기택 교수는 “외환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해 달러를 매도하면 외환보유액이 줄어들 수 있다”며 “환율 정책이 시장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성태 총재는 “외국인의 주식과 채권 매도세로 환율 상승 요인이 있다. 환율 상승도 막으면서 외환보유액을 유지하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며 최근 환율 정책의 어려움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는 ‘9월에 채권 만기가 몰려 있어 외국인이 채권을 매각하고 빠져나가면 실물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외환위기설과 관련해 “당국은 만기가 되는 채권 규모를 파악하고 일부 채권은 이미 상당 부분 사들였거나 만기를 연장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